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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 등이 마신 막걸리에서는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검출됐는데, 최 씨의 남편 백모(당시 59세) 씨와 이 부부의 1남 3녀 중 막내딸인 A(당시 25세)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백 씨의 딸이 ‘15년 전부터 아버지와 성관계를 해 왔다. 엄마가 이를 알게 돼 갈등 끝에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넣어 엄마를 독살하기로 아버지와 공모했다’고 자백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들 부녀를 존속살해와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검찰 수사 당시부터 패륜적인 범행 동기, 피고인들의 자백과 번복, 부족한 딸의 지적 능력, 막걸리에 들어간 청산가리 미확보 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딸인 A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이웃 주민에게서 6차례에 걸쳐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해 해당 주민이 구속됐다가 거짓 진술임이 드러나 풀려나는 등 마을 일대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었는데 1심 법원은 두 사람 모두에게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문에 백 씨와 A씨에게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심을 맡았던 광주고법은 1심과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놨다. 백 씨에겐 무기징역을, A 씨에겐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고 지난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이 같은 판결은 확정됐다.
판결의 주요 쟁점은 “아내(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백 씨 부녀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보통 진술을 유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을 경우 임의성(강요가 아닌 자의에 의한 것) 여부와 신빙성(믿을 만한 것) 여부를 따지는데, 1ㆍ2심 재판부는 부녀의 진술이 임의성은 갖춘 것으로 봤지만 신빙성에 대한 판단은 엇갈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녀 최초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 높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백 씨 부녀가 자백과 번복을 되풀이했지만 청산가리의 형태, 보관 방법, 범행 동기 등 중요한 부분의 진술이 일치해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청산가리와 막걸리 구입처 등이 명확하지 않지만, 이는 피고인 기억력과 수사상의 한계에 따른 것으로 유죄를 뒤집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했고 막걸리를 함께 마신 다른 사람도 살해된 점 등을 고려하면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백 씨 딸은 아버지의 오랜 성폭력으로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왜곡된 성 관념을 갖게 된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는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아 논란이 지속됐다. 백 씨 부녀는 지난해 1월 재심을 청구했고, 현재 광주고법에서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배우 신혜선 주연의 영화 ‘결백’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 이 사건의 재심 여부 결정 재판의 변론은 ‘재심 전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