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부탁받고 범죄수익 수십억원을 밭에 파묻은 이모씨
몰래 쓴 돈 메워놓으려고 남에게 덤터기 씌우려다가 덜미
출동한 경찰이 중재하다가 밭에서 발견한 오만원권 돈뭉치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11년 4월10일. 전북 김제시 한 마늘밭에서 신사임당이 발견됐다. 밭에서 일하던 인부가 오만원권 뭉치를 파낸 것이다. 돈뭉치는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건져져 올라왔다. 이튿날까지 밭에서 수확한 돈은 현금 약 67억원. 신사임당은 어쩌다 마늘밭에 묻힌 것일까.
| 2011년 4월10일,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의 한 마늘밭에 묻혀있던 오만원권 지폐(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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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주인은 이모씨는 전주에 살던 외지인이었다. 이씨는 처남 둘의 부탁을 듣고서 오십대에 이르러 늦깎이 농부가 됐다. 처남 둘은 함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여기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이 넘쳐나자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매형인 이씨에게 돈을 건네주면서 보관해달라고 했다. 애초 이씨 부부는 이 돈을 집안에 뒀다. 그런데 집안에 현금은 자꾸 쌓여 약 110억여원에 이르렀다. 집안에 보관하는 것도 여의찮게 됐다. 처남이 매형에게 부탁했다. “돈을 땅에 묻어라.”
이런 배경에서 이씨는 2010년 4월 김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의 해당 밭을 사들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오만원권 지폐’를 파종하기 시작했다. 이씨를 기억하는 마을 주민은 부지런한 모습이었다. 새벽부터 나와서 해가 질 때까지 일했다고 한다. 남의 눈을 피하려고 그런 것인데, 그만큼 땅에 묻을 돈도 많았다는 의미이다. 밭을 사들이고 2011년 3월까지 10차례에 걸쳐 현금을 차곡차곡 밭에 묻었다. 그러고는 거기에 마늘과 고추 등을 심어 위장했다.
| 2011년 4월10일,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의 한 마늘밭에 묻혀있던 오만원권 지폐 뭉치.(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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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욕심이 과해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처남에게서 돈을 보관해주고 받기로 한 대가보다 많은 돈을 써버린 것이다. 이씨는 마치 다른 사람이 돈을 훔쳐간 것으로 덤터기를 씌우기로 꾀를 내고, 굴착기 기사를 불러 밭에서 나무를 캐내어 옮겨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대뜸 작업하던 기사에게 “내가 밭에 17억원을 묻어뒀는데 7억원이 사라졌다”고 했다. 기사가 7억원을 훔쳐갔다는 투였다. 억울한 기사가 경찰을 불렀다.
출동한 경찰은 처음에 믿지 않았다. 그런데 기사가 지목한 장소를 파보니 실제로 돈이 나왔다. 계속해서 주변을 파내어보니 돈다발이 쏟아져 나왔다. 불려나온 이씨는 무슨 돈인지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씨의 집까지 수색에 들어가 현금을 추가로 찾아냈다. 밭과 집에서 나온 현금이 약 110억원이었다.
수사 결과 처남의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과 이씨 부부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가 드러났다. 이씨 부부는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110억원은 전액 국고로 귀속됐다. 이미 불법도박장 개설죄로 복역 중이던 작은 처남이 만기 출소를 두 달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무사히 출소했으면 범죄 수익이 고스란히 묻힐 뻔했다. 처남이 출소할 것을 우려한 매형의 얕은꾀는 결국 공익에 기여했다.
사건 이후 종적을 감춘 큰 처남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큰 처남이 남은 범죄수익 60억원 가량을 들고 잠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