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바꿀 것”…항공기와 함께 사라진 162명 [그해 오늘]

강소영 기자I 2025.01.01 00:01:02

9년 전 162명 태운 에어아시아 항공기 참사
승객 중 한국인 선교사 부부와 11개월 아이도
흩어진 잔해·끝내 찾지 못한 시신…아픔은 여전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5년 1월 1일, 전 세계가 큰 슬픔에 빠져있었다. 승객 및 승무원 등 162명을 태운 인도네시아·에어아시아 QZ8501(A320-200) 여객기가 실종된 지 나흘 만에 7구의 시신이 수습됐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위문을 보내는 가운데 북한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조전을 보내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동정과 위문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2015년 1월 162명의 참사 사고를 낸 에어아시아 항공기 QZ8501(A320-200)의 동체가 해상에서 발견된 모습. (사진=CNN 캡처)


◆ 해상서 실종된 항공기…162명은 어디로


2014년 12월 28일 오전 5시 35분 인도네시아 주안다 국제공항을 출발한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 QZ8501 제트여객기가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 오전 7시 24분쯤 갑자기 실종됐다.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자회사로, 사고기의 기종은 에어버스의 ‘A320-200’이다.

해당 항공기는 예정된 항로로 운항 중 인도네시아 항공교통 관제소(ATC)에 연락을 취했고, 기상악화로 인한 항로변경을 요청한 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과 수마트라 섬 중간 지점인 자바해 상공에서 관제탑과 교신이 끊겼다.

사라진 여객기(QZ8501)에는 승객 155명과 승무원 7명, 총 162명이 탑승했으며 그 중 인도네시아인 156명, 한국인 3명, 싱가포르인, 말레이시아인, 영국인이 각각 1명이었다.

해당 여객기에 탄 한국인 3명의 신원도 알려졌다. 박성범(당시 37세), 이경화(당시 36세) 씨 부부와 11개월 된 딸 박유나 양이었다. 고(故) 박상범 씨는 발견 당시 아기띠를 부여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은 한 교회 선교사로 일하며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체류하다가 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에서 선교사 비자를 받을 수 없어 싱가포르로 이동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실제 교신이 끊기기 전 폭풍 지대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장이 해당 지대를 통과하기 전 “적란운이 발견돼 고도 상승을 하겠다”고 요청했으나 관제탑이 주변의 항공기 운항 때문에 요청한 고도가 아닌 다른 고도로 상승할 것을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관제탑의 수신이 항공기에 닿기 전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QZ8501 여객기를 몰던 기장은 6100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는 베티랑이었으며, 부기장 또한 2275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는 인물이었기에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은 항공기가 강력한 난기류를 만나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던 중 실종기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장소에서 불과 10km 떨어진 해상에서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다수 발견됐다. 그 주변으로 탑승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기 시작했고, 수습된 시신들은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은 상태여서 항공기가 비상상황을 선포할 틈도 없이 급격히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수습을 하는 과정 또한 험난했다. 사고 잔해가 발견된 곳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대규모 해전이 벌어졌던 해역이기에 당시 함선들의 잔해가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실시된 대규모 수색작업은 그해 3월 3일 종료됐다. 추락한 해역에서는 찢어진 동체가 발견됐고 100명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그 중 신원이 판명된 사람은 94명이었고, 56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2014년 12월 28일 인도네시아 자바해에 추락한 에어아시아 여객기 잔해. (사진=연합뉴스)


◆ 1년 뒤 밝혀진 사고 원인은 ‘인재(人災)’


사고 1년여가 지난 2015년 12월 1일, 인도네시아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C)는 QZ8501편의 추락사고가 날씨 때문이 아닌 방향타 통제 부품의 결함과 이에 잘못 대응한 조종사 과실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NTSC가 분석한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기의 방향타 통제보조장치 용접 부위에 균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항공기 비행 도중 컴퓨터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경보음이 4차례 울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는 네 번째 경보음이 울리자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한 컴퓨터의 회로 차단기를 내려 통제보조장치의 전원을 차단했고, 이 과정에서 자동계기비행장치의 전원도 꺼져 작동이 중단된 것이었다.

자동계기비행장치가 중지되자 항공기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추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고기의 방향타가 사고 전 1년 간 23회의 결함이 발견됐으나 완벽한 수리가 되지 않은 채 운항을 계속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아울러 이같은 돌발사태에 당황한 부기장이 기체를 급격히 상승시켰고, 기장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pull down(풀 다운·하강)”을 주문했다. 그러나 패닉에 빠진 부기장은 ‘pull’이라는 단어에만 집중해 고도를 올린 반면 기장은 고도를 내리면서 조종석이 혼선을 빚게 됐고 기체는 통제력을 잃고 그대로 바다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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