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국내 창업가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외교부 출신의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정부가 우리 투자사와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북돋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진출 1순위 희망지로 ‘미국’을 꼽고 있다. 실제로 현지 관계자가 집계한 것처럼 한국을 떠나 미국을 찾는 창업가들의 수는 매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이들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투자사나 협력사 미팅을 하게 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 조언한다. 미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투자사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과 네트워크 구축 방법은 무엇일까.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투자사 중 하나인 글로벌 벤처캐피털(VC) 500글로벌의 국내 지사 ‘500글로벌 매니지먼트 코리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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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글로벌 코리아는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24 윈터 파운더 리트릿’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창업가들의 미국 공략 방법과 현지 투자유치를 돕고, 재충전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창업가들은 미국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지점이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인맥을 활용해 다른 지역에 해외법인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국내와 해외시장은 소통 방식이 너무 다르고 네트워크 끈을 구축하기 생각보다 어려워 결국 철수한 경험이 있다”며 “현지에서 투자설명(IR) 피칭, 세일즈 방법과 더불어 네트워킹 방식을 배워갈 수 있다는 데 기대감이 가장 크다”고 했다.
네트워크 다지기는 현지 고객 판매 채널을 구축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권혁현 500글로벌 코리아 심사역은 “링크드인 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고 마냥 기다리면 안된다”며 “먼저 구체적인 만남 목적을 설명하며 미팅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만난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 역시 “현지 사람들은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며 “즉 타겟으로 잡은 예상 고객층에 먼저 다가가 만나야 하는데 회사 본사에 직접 찾아가 담당자를 소개받거나 현지 네트워킹을 다져둔 국내 투자사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운영사에 도움을 얻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참가자가 세 명의 지인을 지목해 24시간 안에 도전을 받아들여 얼음물을 뒤집어쓰든지 100달러(약 14만원)를 기부하든지 선택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미팅 관계자가 창업자에 아는 사람을 소개해주는 문화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 이번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주체 간 소통과 연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례로 현지에서 엑시트를 경험한 다니엘 솔 은 버티컬 바 대표는 애매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인의 지인, 각종 행사장에서 만난 사람들, 같은 고민을 나누는 창업자들 등 끈끈한 관계라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사업에 도움되는 경우가 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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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BM)을 현지 관계자에 설명할 때 “하나의 기업당 하나의 BM을 구축한 뒤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우리가 아는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도 한 계열사 당 하나의 BM만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스타트업이 미국을 타겟으로 삼기 좋은 BM으로 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추천했다. 우리 기업 다수가 선호하는 마켓플레이스 모델은 상위 1개 기업이 시장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로 이뤄져있어 성공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B2B SaaS에서 좋은 BM을 만들어 기업 수요를 파악하고, 수요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사업 모델을 추천한다”며 “이후 B2C를 연결하면 자연스럽게 마켓플레이스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