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만 해도 해외투자자가 매입한 주요 빌딩이 거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행보다. 특히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상업용부동산 거래규모 1위를 기록한 만큼 앞으로도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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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해외 투자자들이 매수한 주요 오피스로는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빌딩 △중구 서울시티타워 △판교 테크노밸리 GB-I 타워와 GB-II 타워(수익증권 거래) △종로구 삼환빌딩 등이 있다. 작년 상반기 주요 빌딩 가운데 해외투자자가 매입한 사례가 적었던 것과 대비된다.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빌딩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투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신한투자증권(구 신한금융투자)으로부터 이 건물을 6395억원(3.3㎡당 3024만원)에 인수했으며, 이지스자산운용이 조성한 부동산펀드에 GIC가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GIC는 싱가포르가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1981년 설립한 100% 정부 소유 운용사다. 정확한 운용자산 규모는 싱가포르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리서치회사 SWF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GIC 자산운용 규모는 지난 2021년 기준 6900억달러(약 863조원), 글로벌 SWF에 따르면 7440억달러(약 931조원)다.
신한투자증권 빌딩은 지하 7층~지상 30층, 연면적 약 7만㎡ 규모다. 1995년 5월에 준공됐고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CBRE 보고서에 따르면 이 건물은 리모델링 혹은 증축을 통해 임대 면적을 확대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자산으로 거론되고 있다.
◇ 홍콩계 사모펀드 PAG, 서울시티타워 품었다
중구 후암로 서울시티타워에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 투자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아 리츠로 보유하던 자산인데, PAG가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인수했다. 거래대금은 약 4901억원(3.3㎡당 2754만원)이다.
PAG는 사모펀드, 사모채권, 부동산, 헤지펀드 등 여러 자산군을 관리하는 글로벌 투자 회사다. 홍콩에 본사가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민간 투자회사 중 하나다. 운용자산 규모는 500억달러(약 64조4500억원) 이상이다.
서울시티타워는 지하 8층~지상 23층, 연면적 약 6만㎡ 규모다.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근처에 있으며 2002년 1월 준공됐다. 농협손해보험 등이 임차하고 있다. 이 건물은 향후 서울역 개발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역은 지하철 1·4호선, 공항철도 환승역인데다 향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B노선이 개통할 예정이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앞서 서울시는 작년 10월 제20차 건축위원회에서 ‘용산 지구단위계획구역 서울역 북부 특별계획구역 신축사업’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은 총 1조7000억원을 들여 컨벤션,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으로 이뤄진 ‘강북의 코엑스’를 만드는 사업이다. 서울역사 뒤 유휴 철도용지 5만여㎡가 서울역과 연계돼서 지하 6층~지상 38층, 총 5개 건물로 이뤄진 연면적 35만㎡ 전시·호텔·판매·업무 복합단지로 바뀐다.
◇ 싱가포르 케펠자산운용, 종로 삼환빌딩 매입
종로구 율곡로에 있는 삼환빌딩은 싱가포르계 운용사인 케펠자산운용이 리츠(케펠 리츠)로 약 2232억원(3.3㎡당 2350만원)에 매입했다. 매도자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다.
케펠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설립된 부동산 전문 사모운용사로 싱가포르 케펠캐피탈의 100% 자회사다. 지주사인 싱가포르 케펠 그룹은 테마섹(싱가포르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국영투자회사)이 대주주인 상장회사다.
케펠 그룹은 선박, 부동산개발, 인프라, 자산운용 부문을 갖고 있다. 이 중 자산운용 부문인 케펠캐피탈은 지난 2000년 초반부터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진출했다. 케펠그룹 내 각종 블라인드 자금을 통해 서울스퀘어, 종로타워, 퍼시픽타워, 센터플레이스, 포도몰, BNK디지털타워(구 플래티넘타워) 등에 투자 및 운용해 왔다.
또한 케펠 리츠는 지난 2006년 설립된 싱가포르 오피스 리츠다. 호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 오피스 빌딩과 함께 싱가포르 지역 내 가장 규모가 큰 프리미엄 부동산 등 총 9조원 규모 자산을 관리한다.
삼환빌딩은 지하 3층~지상 15층, 연면적 3만1401㎡ 규모다. 지하철 1·3·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삼환기업은 이 건물을 지난 1980년 준공한 후 줄곧 사옥으로 써왔다. 주요 임차인은 한국자산평가, 현대엔지니어링, 롯데JTB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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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테크노밸리 GB-I·GB-II 타워의 경우 미국계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 벤탈그린오크가 투자했다. 이든자산운용이 작년 4월 매입해 운용하던 펀드(이든 일반사모부동산 투자신탁 제10호)의 수익증권 100%를 벤탈그린오크에 매각한 것이다. 거래금액은 3850억원이다.
존스랑라살(JLL)이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회사 NAI 프라퍼트리,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과 함께 매각주관사를 맡았다. 이로써 판교 이노밸리 A동에 투자한 GIC와 분당 M타워 투자자인 M&G리얼에스테이트에 이어 또 다른 외국계 투자자가 판교 오피스 시장에 진출했다.
벤탈그린오크는 북미에서 가장 큰 부동산 투자회사 중 하나다. 글로벌 펀드 규모 기준 10위 안에 드는 운용사로 알려져있다. 캐나다 토론토,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으며 운용자산(AUM)은 작년 말 기준 83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다. GB-I 타워와 GB-II 타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256번길 19, 25에 있다. 연면적 5만7680㎡(약 1만7448평) 규모다.
장재훈 JLL 코리아 대표는 “이 자산은 임차 수요가 높은 판교 테크노밸리 내 좋은 입지에 위치한 우량 자산”이라며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금융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돼 거래 종결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들 대상으로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마케팅을 집행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상업용부동산 거래 규모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회사 JLL이 발행한 작년 4분기 아태지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상업용부동산 거래규모는 262억달러로 아태 지역에서 최대 규모였다. 전년 대비로는 11%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고금리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돼 있어 올해 거래규모가 줄어들겠지만 우량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장 대표는 “금리 인상 기조가 여전해 거래시장 불확실성은 남아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거래 규모는 전년대비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아직 매물의 가격조정이 가시적이지 않지만, 향후 가격 조정을 받은 물건이나 투자가치가 높은 자산은 시장에서 계속 주목받고 외국계 투자자 거래 활동도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