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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머니] 대체불가토큰, 대체불가투자 되나…올해 히트상품 'NFT'

오현주 기자I 2021.12.27 03:30:00

블록체인 기술로 고유 인식값 부여한 NFT
'미래형 투자'수단으로 영역 넓혀 부상 중
英 하퍼콜린스 올해의 단어 'NFT' 선정도
서울옥션블루, 장콸·김선우 작품 완판행진
저작권·상품권 등 논란 요소 확인 필요해
"문제 불거지면 피해는 온전히 투자자로"

작가 김선우의 NFT 작품 ‘오케스트라 오브 포레스’(2021). 지난달 서울옥션블루가 디지털아트플랫폼 엑스엑스블루를 정식 오픈하고 처음 진행한 NFT 경매에서 작품은 2.084BTC(약 1억 5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경매스타’로 떠오른 작가는 오프라인 시장에 이어 NFT 시장에서도 인기를 증명했다(사진=서울옥션블루).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대동강물을 열심히 퍼다가 판 봉이 김선달, 딱 그거라고 했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이미지에 열쇠를 채워 ‘세상에 오로지 하나뿐인 내 것’이라고 찜한 셈이니까. ‘19세기 물지게’ 대신 ‘21세기 기술’이 필요한 게 다른 점이랄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유일의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내는 ‘대체불가능토큰’ NFT 말이다.

대동강물을 팔아댈 때 의아했을 표정들이 NFT란 게 미술계를 강타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왔다. “그게 돈이 되는 건가?” 물론 그 합리적 의심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그럼에도 NFT는 콜린스영어사전을 간행하는 영국 하퍼콜린스출판사가 뽑은 “2021년을 상징하는 단어”로까지 등극하며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45억개 단어의 쓰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하퍼콜린스는 “NFT의 사용량이 올해 1만 1000% 이상 치솟았다”며 “암호화폐를 의미하는 ‘크립토’ ‘메타버스’ 등을 제치고 올해 대표 단어로 꼽혔다”고 전했다.

NFT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자산을 진짜 ‘나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고유한 인식값에 있다. 아무리 똑같이 보여도 상호교환을 할 수 없다는 그 성질 덕분에 예술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비슷하게 그릴 순 있어도 원작은 될 수 없는 ‘단 하나의 예술품’을 증명하고 소유하는 일에 맞아떨어진 거다.

‘올해 세계 NFT 거래량’ & ‘NFT 콘텐츠별 점유율’


지난 3월 초 예고도 없이 갑자기 뚝 떨어진 디지털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의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사실상 우리에겐 시작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날아온, 크리스티 뉴욕 온라인경매에서 그림파일(jpg) 하나가 6934만달러(약 783억원)에 낙찰됐다는 그 뉴스. NFT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제작했다는 그 콜라주 작품은 2007년부터 작업한 5000점을 붙여 하나의 이미지로 만든 거다. 덕분에 무명작가로 살던 비플은 하루아침에 ‘세계 경매 최고가 생존작가 랭킹 3위’란 아찔한 타이틀도 꿰차게 됐다.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란 이름만으로도 기죽는 거장들의 뒤를 이어서.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NFT는, 엔터테인먼트와 영화, 게임 등 주변 산업으로 빠르게 번졌고 스포츠·메타버스·수집·유틸리티 등으로 무한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미술로만 볼 때 내년 미술품 NFT는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서 앞으로 10년간 시가총액 100배 이상을 늘릴 거란 전망도 나왔다.

◇내놓는 족족 완판…김선우 NFT 작품 1억 5000만원에 팔아

비플까지만 해도 그저 먼 나라 얘기인 줄 알았을 거다. 그런데 곧바로 국내 미술시장으로 옮겨붙은 NFT 확산은 머뭇거리는 기색 없이 ‘직진’이었다. 그 스타트는 마리킴의 10초짜리 영상 ‘미싱 앤드 파운드’가 끊었다. 국내 최초 ‘NFT 미술품 경매’에 나선 마리킴의 작품은 지난 3월 시작가 5000만원에서 출발, 하루 만에 11배 이상 뛴 6억원(288이더리움)에 팔려나갔다. ‘NFT 국내 첫 낙찰 작품’은 ‘마리킴의 역대 최고가 작품’이란 기록을 동시에 썼더랬다.

작가 마리킴의 10초 영상 ‘미싱 앤드 파운드’(2021). 왼쪽이 영상의 시작, 오른쪽이 영상의 끝 장면이다. 지난 3월 24시간 동안 진행한 국내 첫 ‘NFT 미술품 경매’에서 ‘미싱 & 파운드’는 288이더리움(약 6억원)을 제시한 응찰자에게 낙찰됐다(사진=피카프로젝트).


NFT 플랫폼 중 하나인 디파인아트를 통해 국내 첫 ‘NFT 미술품 경매’를 진행한 주최는 피카프로젝트다. 미술품 공동구매와 전시기획을 하는 종합아트플랫폼회사로 출발한 피카프로젝트는 지난해 여름부터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할 미술품을 발굴해왔던 터. 마케팅 타깃을 일반 미술품 컬렉터와는 다른 블록체인 커뮤니티, 특히 NFT에 관심 있는 국내외 커뮤니티로 잡는 독특한 전략을 밀어붙였다.

여기에 막강한 후발주자가 나타나 분위기를 더욱 달궜는데 국내 가장 오래된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을 ‘백그라운드’로 가진 서울옥션블루다. 피카프로젝트와는 달리 서울옥션블루는 기존 서울옥션의 작가층과 컬렉터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다만 ‘디지털 아트의 대중화’라는 지점을 십분 고려했다. 가령 오프라인 작가 중 디지털로 갈 수 있는 작가를 고르고, NFT를 위한 신진작가 발굴로 가닥을 잡은 거다.

사업협력은 두나무, 거래는 업비트NFT를 통해 추진한 서울옥션블루의 첫 성과가 지난달 나왔다. 디지털아트플랫폼 엑스엑스블루(XXBLUE)를 정식 오픈하고 첫 NFT 경매를 진행한 건데. 최근 ‘경매스타’로 핫한 작가 김선우, 나이키 등 유명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린 장콸의 NFT 작품을 판매한 성적이 단순치 않다.

작가 장콸의 NFT 작품 ‘미라지 캣3’(2021). 지난달 서울옥션블루가 디지털아트플랫폼 엑스엑스블루를 정식 오픈하고 처음 진행한 NFT 경매에서 작품은 0.0416BTC(약 300만원)에 시작, 최종 3.5098BTC(약 2억 5400만원)에 낙찰됐다(사진=서울옥션블루).


먼저 진행한 장콸 작가가 900개의 NFT 에디션을 0.0014BTC(약 10만원)로 판 ‘유아 낫 얼론’이 시작 1분 만에 모두 판매되더니, 이어 ‘미라지 캣3’은 0.0416BTC(약 300만원)에 경매를 시작, 최종 3.5098BTC(약 2억 5400만원)에 팔아버렸다. 또 김선우 작가는 99개의 NFT 에디션을 0.014BTC(약 100만원)로 판 ‘더 저니 오브 도도’를 완판시키더니, 이어 ‘오케스트라 오브 포레스트’ 역시 2.084BTC(약 1억 5000만원)에 팔려나갔다. 현재는 작가 지용호·하태임·알타임조 등이 NFT 작품을 거래 중이다.

자체적인 디지털마켓플레이스가 없더라도 화랑들은 거래소를 통해 NFT 작품을 팔기도 했다. 선화랑은 지난 8월 ‘진달래작가’ 김정수의 ‘진달래축복’을 NFT로 만든 ‘아젤리아’ 300점 한정판(1000달러·약 117만원)을 글로벌 가상화폐거래소인 FTX의 NFT 플랫폼을 통해 모두 팔았다. 표갤러리는 그라운드X를 통해 카카오 암호화폐지갑 클립드롭스에서 진행한 경매에서 작가 하정우의 ‘더 스토리 마티 팰리스 호텔’을 4만 7000클레이(약 5700만원)에 낙찰시켰다. 이보다 앞서 작가 우국원의 NFT 작품 ‘본파이어 메디테이션’은 5만 8550클레이(약 7143만원)을 ‘클릭’한 새 주인을 찾아가기도 했다.

작가 하정우의 ‘더 스토리 마티 팰리스 호텔’(2021). 지난 8월 표갤러리와 그라운드X가 카카오 암호화폐지갑 클립드롭스서 진행한 경매에서 4만 7000클레이(약 5700만원)를 써낸 응찰자에게 팔렸다(사진=표갤러리).


◇김환기·이중섭·박수근 작품 NFT 만들어 팔려다 뭇매도

희귀성과 고유성, 독창성, 여기에 디지털이란 요소까지 NFT는 특히 MZ세대가 혹할 요소를 두루 갖췄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사고팔 수도 있다. 그렇게 NFT는 ‘미래형 투자’까지 부상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NFT가 괜찮은 투자라고, 모든 NFT가 다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없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 6월에는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근대작가 3인방 김환기·이중섭·박수근의 작품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올리겠다던 한 업체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추진을 중단한 적이 있다. 유족과 저작권자들이 입을 모아 “NFT 작품 제작을 위한 어떤 승인도 한 적이 없다”며 위작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선 뒤였다.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이자 실험미술의 거장인 작가 이건용도 유사한 시비를 가리는 중이다. 작가의 작업 모습을 NFT로 출시하려던 업체와 허락도 구하지 않은 영상으로 NFT를 제작할 수 없다는 작가가 맞선 거다.

올해 중반만 해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던 우려의 시선은 어느 정도 걷힌 상태다. 대신 그 자리에 저작권·상품권·초상권 등 NFT 제작에 앞서 명확히 해둬야 할 요소에 대한 지적이 들어찼다. “창작자에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반기는 이면에는 “이미 제작·판매된 이후에 문제가 불거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로 향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조언이 끊이질 않는다.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 투자’가 무모하고 위험한 건 NFT라고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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