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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 시대를 거쳐 전염병과 공생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내년 소비 트렌드를 이 같이 분석했다. 2007년부터 15년간 매년 10개의 키워드를 담은 ‘트렌드 코리아’를 발간해 한 해의 소비 트렌드를 제시해 온 김 교수는 올해도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 창)를 발간했다. 김 교수는 6일 온라인 줌을 통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0개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는 ‘타이거 오어 캣’(TIGER OR CAT)이라고 공개했다. ‘호랑이가 되거나 고양이가 되거나’ 하는 갈림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가 내년을 갈림길에 비유한 이유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소비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 앞서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미국, 영국의 빅데이터와 통계를 봤을 때 소비가 70~80% 수준으로만 회복이 됐고,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사람들의 저축률 또한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렌드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에 따라서 회복을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내년의 트렌드를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 트렌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나노’ 단위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대면 사회에 SNS 등이 발달하면서 각자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드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가 세분화되면서 이어지는 트렌드로 그는 ‘머니 러시’와 ‘득템력’을 꼽았다. ‘머니 러시’는 각자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더불어 돈이 늘어나면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단순히 명품을 과시하기 보다는 희소한 물건으로 자신의 정보력과 관심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며 ‘득템력’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내년에 주목해야 할 세대로 X세대를 꼽았다. X세대는 1960~70년대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로 현재 40~50대를 뜻한다. 이들은 위로는 베이비붐 세대에 밀리고, 아래로는 MZ세대(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 출생)가 급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소비 규모나 인구 규모를 봤을 때 이들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간관리자 급에 오른 이들은 여전히 사회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상품의 히트 측면에서 MZ세대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상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잡고 롱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X세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내년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업만의 ‘서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도 시장에서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그는 “스토리가 단편적 에피소드라면 서사는 이들이 모인 하나의 맥락과 세계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슬라를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테슬라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00배에 가깝다”며 “테슬라의 주가는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의 강력한 서사가 있는 꿈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넘어서 어떤 서사를 들려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