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는 단호하게 GV1001 임상 2a상 ‘실패’라는 평가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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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PSP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다. PSP는 파킨슨병처럼 뇌질환에 속하지만, 진행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질환 진행 양상이 다르다. 국내에선 PSP 환자를 경험해본 의사 자체가 귀하다.
그는 PSP를 모르는 자들이 이번 임상 결과에 ‘실패’ 꼬리표를 붙이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이 질환이 점수표를 기준으로 성공, 실패를 가를 만큼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데일리는 지난 19일 서울시 동작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을 찾아 이지영 교수를 인터뷰했다. 이번 인터뷰는 GV1001 임상의로서 느낀 소회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투약군과 위약군 차이 상당”
GV1001은 기존 치료제 후보물질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예전 PSP 후보물질은 치료제를 투약받은 환자와 위약을 투약받은 환자군에서 차이가 없이 매번 똑같이 나빠졌다”면서 “이게 반복되다 보니 실망하고, 실망하고 또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반면 GV1001 임상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차이가 벌어졌다”며 “투약군과 위약군 간(두 팔을 크게 벌리며) 이렇게 차이가 벌어졌다”고 비교했다. 이어 “이 결과에 사람들(PSP 석학들)이 굉장히 놀라워했다”며 “장기투약 기대감이 확산했다. 모두가 후속 임상을 물어볼 정도로 매우 큰 가능성을 보였던 결과”라고 정리했다.
GV1001 임상 2a상 실패 논란에 대해선 답답한 심경을 표출했다.
이 교수는 “GV1001 임상 2상이 성공했기 때문에 후속 임상을 논의하는 것”이라면서 “임상 2상이 성공이라 보는 이유는 투약군과 위약군 간 차이가 뚜렷했고 의미있는 데이터들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상 실패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근거로 말하는거냐”고 반문하며 “실패라고 인정할 만한 데이터를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모두가 후속 임상 시험이 의미 없다’고 할 때 임상 실패로 규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p값 미달? 규모·분배·평가 등 사정 있어
그럼에도 GV1001 임상 2a상은 p값 0.05 이하를 기록하지 못했다. 보편적 임상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에 미달한 것이다. 그럼에도 임상의와 제약사는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이번 임상이 성공인지에 대한 ‘주석’이 필요하다.
첫 번째 주석은 임상디자인이다. 이 교수는 임상설계를 직접 했다.
그는 “처음엔 1b상을 계획했다”며 “GV1001이 이전에 PSP 임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개발사인 젬백스 입장은 달랐다”며 “임상 결과(p값)를 보고 싶어했다. 계속 1b상을 고집할 수 없었던 이유가 GV1001의 퇴행성 뇌질환(알츠하이머) 임상 데이터가 상당량 축적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젬백스와 이 교수 간 이견이 좁혀지는 과정에서 임상 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다. 1차 평가지표도 안전성·약물 순응도에서 PSP 평가점수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임상 규모는 원래 75명(추가등록으로 78명)이 유지됐다.
이 교수는 “임상 6개월도 애매하다”며 “PSP 질환에선 6개월 안에 위약 효과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3개 그룹에 75명이면, 그룹당 25명이다. 탈락자를 고려하면 20명 남짓이다. 이 숫자론 p값을 보기 어렵다”고 했다.
p값을 보기 위해선 더 많은 임상자가 필요했고 6개월보다 긴 임상 기간이 필요했다. 위약효과는 환자가 치료를 받아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같은 위약 효과는 뇌질환 환자에서 더 강하게 발현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뇌 트랜지션(전환)이 일어난다는 말로 이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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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마다 PSP 질환 주기가 다르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p값을 도출은 무리였단 분석이다.
이지영 교수는 “환자마다 PSP 질환 주기가 다르다”며 “보통 5~7년인데, 간혹 3년으로 주기가 짧은 환자들이 있다. 이런 환자는 질병 진행 속도가 워낙 빨라,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질환 주기가 짧은 환자는 6개월 악화되다 임상이 끝난다. 이 기간 PSP-RS 점수는 대폭 상승한다. 모집단이 적은 임상에선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단 얘기다.
◇“GV1001, 의사로서 믿음 가는 치료제”
두 번째 주석은 환자군이다.
이 교수는 “PSP 점수가 30점 내외의 환자가 이상적”이라며 “하지만 50~60점 이상 환자 상당수가 임상에 편입됐다. 문제는 이런 환자들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1.12㎎ 투약군에 몰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임상환자 배분과 관련해 “이번 임상 교훈”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세 번째는 평가지표다. 이번 임상에서 PSP-RS 평가지표를 사용했다. 28항목을 각각 평가해 0-100점 사이 점수를 매긴다. 점수가 높을수록 중등도가 심하다.
그는 “임상시험 평가지표 자체가 논문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현재 평가지표로는 PSP 질환 진행에서 나타나는 (환자 상태) 변화를 잡아낼 수 없다”면서 “특히,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 평가 한계가 뚜렷하다. 이런 PSP 환자가 (이전에는 못하던) 얘기도 하고 가족들의 말에 반응해 웃으면 보호자들은 놀라워한다. 의사가 봤을 때도 상당한 진전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의 개선을 평가할 항목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상의로서 GV1001에 대한 솔직한 평가도 내놨다.
그는 “GV1001은 인체 방어체계에 관여하는 5~6개 중요한 경로를 표적한다”며 “GV1001이 다양한 적응증, 환자군, 실험에 두루두루 효과가 잘 나오는 이유다. 많은 약이 5~6개 주요 경로 대신 마이너(하부)한 표적이나 기전 작용에 그치는 것과는 큰 차이다. 그래서 GV1001에 더 믿음이 간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동대학원 뇌신경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보라매병원은 ‘이지영’ 이름 석자 옆에 파킨슨병, 소뇌위축, 치매, 헌팅턴병 등의 질환을 나열하며 그를 소개하고 있다. 이 교수에겐 ‘파킨슨의 날’이라 불리는 하루가 있다. 이날은 오롯이 파킨슨병 환자 진료에만 12시간을 쏟는다. 이 교수는 진료실에서 그렇게 지난 10여 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