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과 같아"...초등생에 '사랑한다' 성관계 여교사의 최후 [그해 오늘]

박지혜 기자I 2024.11.14 00:02: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만 13세 미만의 초등학생은 육체적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설령 성관계를 합의했더라도 사실상 강간과 다름없다”

7년 전 오늘, 2017년 11월 14일 법원이 초등학생과 성관계를 한 여교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한 말이다.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창원지법 진주지원 제1형사부 조은래 부장판사는 당시 미성년자 의제 강간, 미성년자 의제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당시 32)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10년간 신상공개를 명령했다. 전자발찌 부착 10년은 기각했다.

저학년 담임이었던 A씨는 체험활동을 통해 알게 된 초등학교 6학년 B군에게 같은 해 7월 초부터 ‘사랑한다’는 등의 문자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고, ‘만두를 사주겠다’며 집 밖으로 불러냈다.

자신의 반나체 사진을 찍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엽기적인 행동도 일삼은 A씨는 결국 B군을 꾀어 교실과 자신의 승용차 등에서 9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군이) 너무 잘생겨서 그랬다”라며 “서로 좋아하는 관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모든 범죄로부터 제자를 보호해야 할 스승이 오히려 미성년자인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은 용서할 수 없다”라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도 “정신적, 육체적 약자이자 훈육의 대상인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적 쾌락과 유희의 도구로 삼은 것은 교사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며 자신을 믿고 따르는 수많은 학생과 그 학생을 맡긴 학부모 모두의 신뢰를 저버린 심각한 배신행위일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행위”라고 나무랐다.

또 “피해 아동과 그 학부모에 대한 개인적 범죄일 뿐 아니라 넓게는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던 건전한 성도덕과 초등 공교육을 무너뜨린 사회적 범죄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최후 진술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무엇보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던 A씨는 1심 형량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검찰도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2018년 4월 18일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 손지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A씨가 여러 차례 제출한 반성문을 읽어보니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고 가족과 동료 교사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범행 이전에 모범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한 점을 고려하면 선고를 1주일 연기했을 정도로 양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A 씨가 범행 후 교사직에서 파면되고 본인과 가족들이 인터넷 댓글 등으로 비난과 모멸을 받은 점, 어설프고 위험한 연애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사회적·법률적 허용을 넘은 일탈행위를 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3세 미만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최하 징역 4년 6개월이 하한선”이라며 “범행 정도를 무시할 수 없고 우리 사회가 교사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고려하면 1심의 양형을 유지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진=YTN 뉴스 캡처
이에 앞서 2012년 강원에서 초등학생 제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30살 남교사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했지만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2010년 서울에서 발생한 30대 여교사와 15세 중학생 성관계 사건은 교사는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서로 좋아한다”고 진술한데다 피해 학생이 13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일 때 적용했으나, 2020년 5월 형법을 개정하면서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경우로 확대했다. 단 가해자가 성인인 경우로 한정된다.

국내법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는 나이를 13세에서 16세로 높인 것이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적용 기준은 독일과 프랑스에서 15살, 영국과 미국의 대부분 주에선 16살이다.

올해 6월 헌법재판소는 형법 개정 후 처음으로 성인이 13~16세 미성년자를 간음하면 상대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으로 간주(의제)해 처벌하는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도 13세 미만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라며 “설령 동의에 의해 성적 행위를 한 경우라고 해도 성적 행위의 의미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개별 사건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연령을 규정한 데 대해선 “개인의 성숙도나 판단능력, 분별력을 계측할 객관적 기준과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위를 연령에 따라 일의적·확정적으로 유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조항은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이 정교해지는 온라인 성범죄나 그루밍 성범죄로부터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며 “피해자의 범위를 ‘업무·고용·양육·교육 등’의 특정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서는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2022년 대구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여교사가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그루밍 성범죄’라며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그루밍 성범죄자들은 상대를 신뢰하기보다는 욕망의 해소 도구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도덕적으론 비난 가능성이 크나, 문제는 현행 법률이 폭력도 없고 협박도 없다 보니까 일단 강간에는 해당이 안 된다”며 “그래서 의제 강간 연령을 둬서 나이가 어리면 이런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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