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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경제지표]증시 쥐락펴락하는 PMI…경기예측 달인에게 묻다

안승찬 기자I 2019.01.06 00:00:00

그린스펀 “다른 건 몰라도, PMI는 챙겨보라” 조언
경기 변화에 민감한 기업 구매담당자 대상 조사
제조업 체감경기 가장 잘 반영해 선행지표로 활용
PMI지수 따라 전세계 증시 출렁..투자자라면 챙겨봐야

미국 일리노이주 어느 전자용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안승찬 김정현 기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미국 연준 의장 자리를 19년동안이나 지켰으니까요. 그가 연준 의장으로 재임해 있는 동안 미국 대통령은 4명이 바뀌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들 조차 그린스펀 의장의 아성에 함부로 도전할 생각을 못했을 정도였죠.

누군가 이 거장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그 많은 경제지표들을 다 챙겨볼 시간이 없어요. 너무 어렵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거 하나는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하신다면 뭘 보면 되겠습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린스펀 의장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음. 그렇다면 PMI를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PMI는 Purchase Manager index의 줄임말입니다. 한글로는 구매자관리지수라고 부르죠. 구매관리자는 글자 그대로 회사의 구매담당자들을 말합니다. 각 회사의 구매담당자들에게 ‘경기가 좋을 것 같습니까 나쁠 것 같습니까’ 물어서 그 대답을 수치화한 지수가 PMI입니다.

왜 하필 구매 담당자들한테 물어보느냐 의아해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구매 담당자들은 경기 변동에 가장 예민한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책상 만드는 회사라고 해보죠. 미리 목재를 얼마나 사놓을 지를 구매 담당자들이 결정을 해야 합니다. 목재를 잔뜩 사놓았는데 책상이 잘 안 팔리면 큰일입니다. 재고를 떠안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자재를 얼마나 사다 놓는 게 가장 최선일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판매 동향이라든가 영업소 분위기 등을 유심히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물건이 잘 팔린 것 같으면 재고를 공격적으로 사놓고, 반대로 잘 안 팔릴 것 같으면 재고를 조금만 사오는 식입니다.

결국 구매 담당자들은 앞으로의 경기 상황에 가장 예민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만 모아서 설문조사를 한 게 바로 PMI입니다. PMI가 다른 경제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를 예측하는데 있어 유효한 이유죠.

PMI가 발표되는 시기도 이 지표의 몸값을 올리는 요소입니다. PMI는 각종 경제지표들보다 한 발 먼저 발표됩니다. 향후 경기 방향을 점치려는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PMI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출렁이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제조업 PMI가 연달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주가가 급락하고, 반대로 채권 가격이 급등한 것이 대표적 사례죠.

지난 2일 중국의 12월 차이신 제조업 PMI는 49.7을 기록해 1년 반 만에 ‘5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점이 5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경기가 위축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뜻입니다.

중국뿐 아니었습니다. 3일 발표된 미국의 12월 전미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5.2포인트 급락한 54.1을 기록했습니다. 기준점 ‘50’을 넘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문제는 낙폭이 가팔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008년 10월(-9.0포인트) 이후 최대폭 떨어졌거든요.

전세계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화들짝 놀라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했습니다. 2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1.15% 내렸고요, 3일 뉴욕증권시장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2.83% 하락했습니다.

주식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것 PMI입니다. 4일 중국의 12월 차이신 서비스업 PMI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2.05% 올랐고요, 코스피 지수도 0.83% 올랐습니다.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PMI. 주식 투자자라면 꼭 챙겨봐야 할 경제지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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