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서울시 광고물정책팀장의 말이다. 열심히 단속해도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선 현장 단속 공무원들의 고충이 녹아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서 단속에 적발되는 불법 현수막은 작년 30만건에 육박한다. 입간판과 전단, 벽보 등 단속대상인 불법 유동광고물을 모두 합하면 1902만건을 웃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여전히 높다. 서울시는 지난 2007년 7월 '현수막 없는 거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 결과 2009년까지 단속 건수가 많았으며 이후 적발건수가 줄어들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의식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현수막과 벽보, 전단은 구청의 허가를 받은 뒤 지정게시대에 걸거나 배포하는 경우에만 허용되고 이외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모두 불법 광고물로 취급받는다. 유흥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간판(배너 포함) 역시 모두 불법이다. 불법 광고물들은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거리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 가로수에 설치된 현수막은 자연 훼손 측면에서도 많은 비난을 받는다.
◇1000건 중 1건만 행정처분 많은 불법 광고물들이 우리의 일상 생활 곳곳에서 피해를 주고 있지만 실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작년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고발된 불법 광고물은 1만9000개를 갓 넘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 1000건 중 1건, 약 0.1%의 불법 광고물에만 고발,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철거 이외에 처벌 여부는 현장 단속권한이 있는 구청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다. 고발, 과태료 부과 등은 대개 상습적으로 위반하거나 시민들에게 상당한 위해를 가했을 경우에 이뤄진다.
현장 단속 공무원들은 “모두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부과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상습 위반자들의 지능적인 수법과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죄질이 경미한 위반자들이 처벌을 받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 때문이다. 또 최근 경기 침체로 생계형 위반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대포폰 사용’이 면죄부? 형평성 어긋나 대다수의 불법 광고물은 상품 광고를 위해 안내 전화번호를 명시하고 있다. 위반자의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하지만 노숙자 명의의 소위 ‘대포폰’이라면 인적사항을 알게 됐다해도 과태료를 부과할 방법이 없다. 상습·악질 위반자들은 대부분 이런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니다. 인적사항이 추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이같은 위반자들은 대개 선의로 법을 어긴 시민들인 경우가 많다. 계도로서 충분히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정수 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꺾인 뒤로는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분양광고 현수막이 많이 적발되고 있다”며 “현수막 광고를 보고 많은 분들이 연락을 해오니 분양업자들은 과태료를 감수하고서라도 불법으로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법 광고물을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시민들의 의식도 스스로 바뀌고 현장 단속 공무원들도 본연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