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4~5년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러시아 기업들은 IPO에 대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러시아 기업 대부분이 부채비율이 낮았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기업 회계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복잡하고 번잡한 IPO 절차와 규제도 러시아 국내 증권시장에서의 IPO를 저해하는 요인이었다. 게다가 증권시장에 대한 높은 불신과 무관심으로 시장참여자가 절대 부족하였으며 이로 인해 주식거래가 가즈프롬, 루크오일, 수르구트네프테가스 등 극소수 대형 우량기업들에 집중된 것도 IPO의 활성화를 저해하였다.
2001년부터 러시아 증권시장이 본격적인 대세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대부분의 러시아 기업들은 러시아 국내 증시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기업공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였다. 러시아 기업들이 해외 증권시장에서 IPO를 추진한 초기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선호되었으나, 2005년 하반기부터는 해외증시 상장의 거의 대부분이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2001년 발생한 엔론(Enron)사와 월드콤(WorldCom)사의 회계부정 사고를 계기로 2002년 미의회가 재무보고서에 대한 기업책임을 강화한 ‘사베인즈 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을 제정함에 따라 NYSE보다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LSE에서의 IPO가 더 용이하였기 때문이다.
2008년 3월말 현재 런던증권거래소(LSE)에는 가즈프롬, 통합전력시스템, 로스네프트, AFK시스테마 등 33개 기업의 주식예탁증서(ADR)가 상장되어 있으며,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NASDAQ)에 로스텔레콤을 포함해 6개 종목의 ADR이,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21개 종목, 베를린증권거래소에 12개 종목 등 총 71개 종목의 ADR이 해외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다.
최근 들어 러시아 증권시장에 대한 러시아 국내 투자자와 기업들의 신뢰가 점진적으로 회복됨에 따라 2006년부터 러시아 기업들의 국내증시로의 기업공개 복귀가 눈에 띠게 증가하고 있다. 2005년 러시아 기업들의 전체 IPO에서 러시아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했고 나머지 94%는 LSE가 차지하였다. 그러나 2006년에는 러시아 IPO시장에서 러시아 국내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35%로 확대되었고, 2007년에는 44%로 늘어났다. 반면 LSE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서 56%로 축소되었다.
러시아 기업들 중에서 해외시장에서 기업공개를 제일 먼저 추진한 기업은 통신회사인 빔펠콤(Vympelkom)이었다. 빔펠콤은 1996년 11월 2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분 30%에 대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여 1억 1,500만 달러를 조달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골든텔레콤(Golden Telecom)이 1999년 9월 미국 나스닥(NASDAQ)에서 6,400만 달러의 기업공개를 추진하였다. 1996~2003년간 러시아 기업의 IPO는 기업가치 저평가 및 기업주들의 적대적 인수에 대한 우려로 인해 6개 기업 7억 1,130만 달러에 불과했다.
2004년부터 러시아 기업들이 자본조달의 해외원천을 확보하고, 기업투명성의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국내증시 상장을 위한 준비단계로 해외증시 상장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기업공개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4~2007년까지 총 66개 기업이 국내외 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를 실시하여 466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였다.
러시아 기업들의 해외증시 상장이 그 수에서 뿐만 아니라 규모에 있어서의 대형화가 시작된 것은 2005년 2월 통신업체인 AFK Sistema가 15억 6,600만 달러 규모의 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하여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였다. 그리고 2006년 7월 17일 런던(LSE)과 모스크바(RTS, MICEX)에서 동시 진행된 러시아 제 2위 석유업체인 로스네프트의 기업공개는 그 규모가 104억 달러(전체 지분의 14.8%)에 달했다. 이는 러시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였으며, 세계 증시 사상 5번째로 큰 규모였다. 로스네프트의 기업공개에는 총 115,000명의 러시아 국민들과 46개국 외국인투자자들이 참여하였다. 특히 영국의 BP는 10억 달러(9%),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는 11억 달러(10%), 중국의 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5억 달러(4%)를 투자하였다. 2007년 5월에는 러시아 제2의 은행인 대외무역은행(VTB)이 지분 22.5%를 런던증권거래소와 모스크바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하여 약 8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였다.
2006년 러시아 기업들의 국내외 IPO 건수는 전년대비 87% 증가한 23개였으며, 그 규모는 3배 늘어난 175억 달러에 달했다. 2007년의 경우 IPO업체 수는 전년대비 2개 증가한 25개 업체에 그쳤으나 규모는 33.3% 증가한 236.4억 달러에 달했다. 2007년 말까지 3억 달러 이상의 대형 IPO는 총 33개였으며 그 규모는 431.53억 달러였다. 그 중 2006년에 10개 기업이 160.4억 달러, 2007년에는 16개 업체가 224억 달러의 자금을 IPO를 통해 조달함으로써 최근 들어 IPO는 그 건수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규모에 있어서도 대형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기업들의 IPO는 향후 수년간 수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규모적인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증가세를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미국발 세계적인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도이체 방크는 2008년 러시아 기업들의 IPO는 30개 기업 360억 달러에 이르며, 2010년까지 220개 기업이 IPO를 추진하며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이 5,0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종이 향후 기업공개의 핵심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2007년의 경우 은행부문의 IPO는 116.5억 달러(VTB 79.82억 달러, 스베르방크 32.28억 달러, 상-페테르부그크 방크 2.74억 달러, 방크 보즈로즈제니에 1.66억 달러)로 전체 IPO의 49.3%를 차지하였다.
러시아 정부는 트럭생산업체인 KAMAZ, 해운회사인 극동해운(Far Eastern Shipping Company), 통합전력시스템(UES) 산하 전력회사(OGK1, 2, 3, 4, 6과 TGK 1, 9, 10, 11) 등의 우량 국영기업들의 IPO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임을 밝힌 상태다. 민간기업인 루스키알루미늄(비철금속, 65억 달러), 메가폰(통신. 30억 달러), 알로사(다이아몬드. 25억 달러), 가즈프롬방크(은행. 20억 달러), 가즈메탈(철강. 15억 달러), 돈-스트로이(부동산. 15억 달러), 예브로세찌(소매. 14억 달러), 아브토바즈(자동차제작. 13억 달러) 등이 2008년 IPO를 추진할 것으로 발표하고 있는 등 이미 200개 이상의 기업들이 2~3년 내에 IPO를 실시할 것을 이미 공표한 상태다.
로스네프트와 대외무역은행(VTB), 스베르방크의 국민주 IPO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증권투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주 IPO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증권투자가 다른 투자대상(예금)보다 훨씬 많은 수익률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직접 주식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가 2005년 중반까지 100,000만 명에 불과했으나 2006년 말 230,900명으로 늘어났고 2007년 9월말에는 451,500명으로 급증하였다. 개인투자자의 급증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증시로 돌리는 모티브로 작용하여 러시아 증시환경을 개선시키고 기업의 IPO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