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범 회장에게 동국제약은 회사 그 이상의 의미다. 1967년생인 그와 1968년생인 동국제약은 연년생 형제 또는 분신이나 다름없다. 새파란 청년인 27세의 나이에 실장으로 입사해 30년을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그가 입사하던 해 200억원대 매출을 냈던 동국제약은 권기범 회장이 실장에서 대표직에 오르고 6년 만인 2008년에 1000억원 매출 분수령을 넘었다. 이어 2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하기까지 5년이 걸렸고 3000억원 달성까지 3년, 4000억원, 5000억원 돌파는 각 2년, 2022년부터는 매년 1000억원씩 실적을 키우고 있다.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구체적으로는 2008년 1051억원→2013년 2130억원→2016년 3096억원→2018년 4008억원→2020년 5591억원→2022년 6616억원→2023년 7309년→2024년 8121억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치는 해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지속 성장했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10%로 제약업계에서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권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겸양의 자세를 실천하는 기업가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일을 즐기지 않고 내세우거나 조명받는 것을 꺼린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멋쩍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성품은 아버지 고 권동일 회장이 2001년 별세한 후 20년간 쭉 회장직을 비워둔 것에서도 드러난다. 34세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이어 경영 일선에 서면서 2002년 대표이사 부사장, 2010년 부회장을 거치고 2022년 55세에 회장직에 올랐다.
그런 그가 앞서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부회장에 오르던 2010년부터 이영욱, 오흥주 공동대표를 세워 7년간 경영했고 2017년부터는 오흥주 단독대표로 체제로 움직였다.
지난 2022년 권기범 회장, 오흥주 부회장 체제를 구축하며 현재의 송준호 대표를 선임했다. 권 회장의 오랜 신임을 받는 오흥주 부회장에 이어 새롭게 전문경영인을 맡은 송준호 대표는 권 회장과 같은 1967년생으로 같은 나이인 점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 2인 3각 체제를 구축했다. 송 대표는 2012년~2019년 동국제약에 근무하며 전무이사까지 올랐던 이력이다.
미용의료로 무게중심 이동
전문경영인 체제이지만, 권 회장이 내부에서 회사 경영을 살뜰이 살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동국제약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는 그다.
권 회장은 동국제약 지분 19.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외 동국헬스케어홀딩스가 19.86%(보통주), 0.77%(우선주)를 쥐고 있으며, 동국헬스케어홀딩스는 권기범 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했다. 권기범→동국헬스케어홀딩스→동국제약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작년 위드닉스, 리봄화장품 인수 등 동국제약이 미용의료 방면으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는 것에도 권 회장의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동국제약은 지난 5월 중소형 가전제품 업체 위드닉스 지분 50.9%를 22억원에 인수했다. 동국제약 미용기기인 센텔리안 프라임 사업을 키우기 위함이다. 이어 10월 화장품 위탁개발(ODM)사 리봄화장품 지분 53.6%를 306억원에 인수했다. 리봄화장품은 200억원대 연매출을 내는 회사로, 당장의 연결실적 반영 외에도 미국 cGMP 인증을 받은 제조시설을 보유했고 27개 국가에 수출망을 갖춘 것이 주목된다.
이 외에도 동국제약은 작년 회사 내 메디컬에스테틱 사업부를 신설하고 보툴리눔톡신 ‘비에녹스주’, 히알루론산 필러 ‘케이블린’, 스킨부스터 ‘디하이브’를 출시하는 등 뷰티 분야 품목을 강화하고 있다.
동국제약이 미용의료 방면으로 무게중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매출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작년 기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인 2650억원이 화장품(센텔리안24) 및 기타 의약품(마데카솔 분말 등)에서 발생했다. 그 다음으로 비중이 큰 것은 인사돌, 센시아, 훼라민큐 등 정제로, 여기서 19% 수준인 159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뒀다. 이어 의약품 원료, 미용기기 등 상품에서 18%인 1520억원, 파미레이 조영제 등 수액제에서 14%인 1170억원 매출을 각각 냈다.
한편, 권기범 회장의 1995년생 아들 권병훈 씨가 작년 동국제약 재무기획실 책임매니저 직책을 받고 리봄화장품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에도 시선이 쏠린다. 아버지 권기범 회장이 첫 입사했을 때와 비슷한 나이로, 3세대로의 승계 절차에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