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1000억 잭팟 보인다'…엔지켐생명과학, 美정부 공급 개시 시점은

김지완 기자I 2023.07.03 09:10:09

EC-18, 올 하반기 영장류 ARS 치료제 실험 예정
영장류 실험 통과하면 年1000억대 美 정부 공급계약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 미국 연방정부에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전략물자 공급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엔지켐생명과학 홈페이지.


28일 업계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올 하반기 EC-18에 대해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적응증으로 영장류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ARS는 방사선 피폭 위험으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ARS 적응증에 국한해 1단계 설치류(쥐) 실험을 거쳐 2단계 영장류(원숭이) 실험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ARS에서 영장류 실험이 최종 임상으로 간주되는 이유다.

급성방사선증후군은 단시간 내 고농도 방사선에 피폭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ARS는 크게 위장계 손상과 조혈계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구분된다. 위장계 방사선 노출 시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가 빠르게 파괴된다. 결국엔 장점막 파괴로 장 출혈, 장내 세균, 감염원 체내 노출, 과도한 염증 반응 등으로 사망에 이른다. 조혈계 질환은 골수 손상으로 호중구, 림프구, 조혈모세포 등이 감소해 사망 위험에 노출된다.

◇ EC-18, 유일한 위장계 손상 치료제

미국 연방정부는 전쟁같은 특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ARS 치료제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아직 위장계 손상을 위한 ARS 치료제가 없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FDA가 승인한 3개 치료제는 모두 조혈계 손상 치료를 위한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 주사제”라며 “G-CSF 주사제는 조혈 기능을 촉진할 뿐 근본적으로 방사선 피폭으로 발생한 조직 손상과 염증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G-CSF는 주사제라는 특성상 방사선 피복 같은 위급 상황에서 응급처치용으론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FDA로부터 승인 받은 ARS 치료제는 암젠의 ‘뉴포젠’(Neupogen)과 ‘뉴라스타’(Neurasta), 사노피의 루킨(Leukine) 등 총 3종이다. 이들 치료제는 1단계 설치류, 2단계 영장류 실험을 거친 후 미국 연방정부에 승인을 받고 치료제를 납품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급성방사선증후군(ARS) 특징은 호중구가 급격히 감소한다”며 “인체 호중구 수치가 줄어들면 잇단 감염으로 장기 손상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 혈액 세포들도 파괴돼 사망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혈액 세포 파괴를 저지하고 복구하는 치료제는 개발됐다”면서 “하지만 장기 손상을 막아줄 ARS 치료제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EC-18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손상된 세포에서 발생되는 신호(DAMP)를 빠르게 제거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을 억제한다. 즉, 손상 세포에서 보내는 신호(DAMP)가 백혈구 내 호중구 유출을 일으킨다. 호중주가 빠져나가면서 면역기능이 저하된 백혈구는 각종 감염에 취약해지며 장기손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 FDA는 지난 2017년 12월 EC-18의 이러한 치료 기전을 인정해 희귀질환 치료제로 지정했다. FDA 희귀질환 치료제로 지정되면, 치료제 품목허가 획득 시 7년간 독점권을 부여받는다. 아울러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비(R&D)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이 더해진다.

◇ 2차례 동물실험에서 효능 입증

EC-18의 ARS 치료제 개발은 순항 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는 방사선 핵무기 대응 프로그램(RNCP)으로 EC-18을 ARS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치료제 동물실험에 필요한 시료만 NIAID에 공급하면, NIAID가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동물실험 데이터 전체가 엔지켐생명과학에 공유되고 귀속된다.

NIAID는 2차례 걸쳐 EC-18에 대해 방사선에 전신피폭된 마우스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EC-18 투약군에서 생존율 향상과 백혈구, 호중구, 혈소판, 적혈구 등 혈액세포 수가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여기에 EC-18은 방사선에 파괴된 골수 조혈모세포 증가와 복원을 입증하며 NIAID이 정한 치료제 요건을 충족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이 같은 결과를 지난해 10월 하외에서 열린 미국 방사선학회(RRS)에서 발표했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현재 NIAID·피폭실험 위탁수행 전문기관(SRI)과 함께 3차 설치류 동물실험을 추진하고 있다”며 “동물실험 디자인과 최종 프로토콜을 전달한 상태로, 이달 중 3차 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하반기 영장류 실험...통과하면 美정부와 곧장 계약

EC-18은 3차 설치류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영장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2019년 5월 13일 FDA로부터 2상(ARS Phase 2 Multi-Animal Studies) 동물실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FDA 규정(FDA Animal Rule)에 따라, 영장류 실험이 끝나면 품목허가 및 치료제 출시가 가능하다. 영장류 실험은 1년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EC-18의 품목허가 시점은 2025년으로 관측된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영장류 실험 후 치료제가 품목허가를 받는다면 미국 정부에서는 국가전략물품으로 구매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미국 국방부의 급성방사선치료제 지정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예상 계약 규모는 연간 1000억원 이상으로 관측된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ARS치료용으로 암젠 ‘엔플레이트’를 2억9000만달러(3700억원)어치 구매했다. 이 같은 전략물자 구매는 3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현재 미국 연방정부에 공급되는 위장계 손상을 치료하는 ARS 치료제는 없다”며 “EC-18이 유일한 치료제 후보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에 개발된 치료제가 모두 주사제인데 반해, EC-18은 경구제”라며 “방사선 피폭 상황에서 응급용으로 적합도가 높다. EC-18이 영장류 실험 통과 시 반사시익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