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15개월 딸 시신 김치통에 유기…양육수당까지 챙긴 친부모 [그해 오늘]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재은 기자I 2025.12.13 00:00:03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사체은닉 등 혐의
전 남편 출소 후 숨진 딸 시신 은닉 공모
남편 자택 등지에 시신 넣은 김치통 보관
法 " 수사기관 기망, 반성한다 보기 어려워"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3년 12월 13일 경기 포천경찰서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사체은닉 등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 A씨와 그의 전남편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15개월 된 딸을 숨지게 하고 김치 통에 시신을 유기한 친부모가 검찰에 넘겨진 것이었다. 한 아기가 출생 1년 만에 숨지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22년 12월 6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15개월 된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김치통 등에 보관하며 3년 간 범행을 은폐해 온 친모 서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편 면회 가며 상습 방임…사망 당일엔 18시간 방치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0년 1월 6일이었다. A씨는 자녀 C(사망 당시 15개월)양을 집에 두고 외출했다가 이날 새벽 집에 들어와 분유를 먹였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된 채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 C양은 분유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A씨는 잠을 잤을 뿐 C양을 돌보거나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A씨가 귀가하기까지 18시간가량 방치됐던 C양은 결국 숨지고 말았다.

A씨는 C양이 숨진 것을 인지하고는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시신을 숨기기로 했다. 그는 C양의 시신을 자택 베란다에 있는 박스에 넣은 뒤 같은 해 2월 부천에 있는 어머니의 자택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C양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아 갔으며 B씨가 출소할 때까지 어머니 자택의 장롱에 보관했다.

A씨로부터 C양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B씨는 출소 이후 논의하자고 답신을 보냈고 두 사람은 같은 해 5월 대면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C양의 시신을 처리해달라고 B씨에게 부탁했는데 B씨는 시신을 비닐로 감싸 김치통에 담고 자신의 자택과 아버지 등의 주거지를 은닉 장소로 이용했다.

두 사람의 범행은 2022년 10월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 전수조사’를 진행하며 드러났다. 만 3세 아동 중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의료 기록이 없는 아이를 들여다본 결과 2018년생이었던 C양의 존재가 포착된 것이었다.

당시 C양의 주소는 친척 자택인 포천시로 등록돼 있었는데 시 측은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어린이집 등록이 되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겨 112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수사 초기 A씨는 “아이를 길에 버렸다”며 C양의 사망 사실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고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을 바탕으로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C양의 시신은 숨진 지 3년이 지나서야 수습됐고 부패가 심각해 사인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C양이 숨진 것을 인지했음에도 202년 5월 25일까지 29회에 걸쳐 약 300만원의 양육·아동수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A씨는 C양이 숨지기 전부터 B씨의 면회를 간다며 장시간 아이만을 집에 두는 등 상습적으로 방임하며 유기하기도 했다.

1심, 징역 7년 6개월…2심, 징역 8년 6개월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C양에게 이상적인 양육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면서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유기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A씨의 유기 행위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C양의 사망과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방어권 행사의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은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한다고 보기 어려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사람의 아이를 피해자인 것처럼 제시하려 하고 막내아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가장해 출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망하려 했다”며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B씨에 대해서는 “C양의 사망 사실을 알았음에도 신고하기는커녕 은폐를 적극적으로 은폐하기 위해 A씨와 공모해 피해자의 시신을 김치통에 담아 주거지를 옮길 때마다 가지고 다니며 장기간 은닉했다”며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했다. B씨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형량이 유지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유기했고 호흡기 질환 증세가 있었음에도 일주일간 방치한 상태에서 18시간가량 집을 비워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생존 여부, 사망 경위, 사망 시점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고 당심에서도 증인에게 자신의 집을 방문해 유리한 진술을 해달라고 강요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며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해 1심보다 중하게 형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법원 A씨 측의 상고를 기각하며 지난해 4월 형이 확정됐다. C양이 숨진 지 4년여 만이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