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엔솔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대도약의 원년을 맞는다. 핵심 기술의 미국 임상 3상 종료, 추가 기술수출 기대, 코스닥 상장 완료 등의 호재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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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 속에도 주가 상승으로 방증
지난 2일 1만 7930원으로 올해 장을 시작한 엔솔바이오의 주가는 7일 2만원을 돌파했다. 2018년 9월 코넥스 시장 진입 이후 최고가다. 탄핵 이슈 등 대내외 악재와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코넥스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장세다.
특히 엔솔바이오의 주가는 2023년 말 코스닥 예비상장심사에서 자진철회 후 지난해 3월 2800원대까지 추락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파이프라인 확장과 기술수출 등으로 저력을 과시하며, 투자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슈퍼개미’로 일컬어지는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도 지난해 11월 엔솔바이오의 주요 투자자로 합류했다. 엔솔바이오는 형 대표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100억원 규모 보통주 11만 8637주를 발행한다. 납입일은 오는 24일이다. 형 대표가 투자금 납입을 완료하면 엔솔바이오 지분 9.8%가량을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형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처남이다. 알테오젠의 성공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알테오젠의 지분 5.11%를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000억원이 넘는다. 형 대표는 삼성SDS, 한게임, 네이버, 한게임재팬을 거쳐 카카오(035720) 이사, 케이큐브홀딩스 대표를 역임했다. 2011년부터 경영 컨설팅 기업인 스마트앤그로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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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방향 명확성, 투자자 선택 이끌어
투자 한파 속에도 엔솔바이오의 인기가 예외적으로 치솟는 것은 성장 방향의 명확성에 있다. 초보 바이오 투자자가 봐도 향후 성장 로드맵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의미다. 우선 상반기 내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엔솔바이오의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P2K’의 3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스파인바이오파마는 P2K 임상 3상 종료 시점을 오는 3월로 잡고 있다. P2K는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펩타이드 화합물이다. TGFβ1 신호전달을 조절, 만성통증을 완화하고 디스크 조직의 퇴행을 억제하는 게 특징이다.
스파인바이오파마는 지난해 9월 P2K 요추 변형 퇴행성 디스크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417명을 모집해 임상시험용 의약품 투약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행성 디스크 환자를 대상으로 P2K와 위약을 비교하는 임상 3상이다.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방식으로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스파인바이오파마가 P2K 임상 3상에서 성공적인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한다. 스파인바이오파마가 지난해 7월 원천기술 개발사인 엔솔바이오부터 P2K의 추가 적응증에 대한 기술이전을 받은 게 근거다. 골관절염, 섬유증, 종양 등에 대해서다.
엔솔바이오는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500만 달러(약 70억원) △진행 단계별 지급되는 마일스톤 1억 5000만 달러(약 2100억원) △P2K 기반 적응증 확대 제품의 미국 시판 후 순매출에 따라 10년간 별도의 경상기술료(로열티) 등을 스파이바이오파마로부터 받기로 했다.
스파인바이오파마가 P2K에 대한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내놓으면 엔솔바이오는 P2K에 대한 마일스톤과 상용화에 따른 로열티 수령, P2K의 국내 판매에 따른 추가 로열티 확보, 관련 파이프라인의 추가 기술수출 등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실화되면 향후 10년간 엔솔바이오는 P2K로만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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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기술수출도 기대...지속 성장 위한 플랫폼도 확보
추가적인 기술수출 가능성도 크다. 골관절염치료제 ‘E1K’가 대표적이다. 엔솔바이오는 E1K의 글로벌 기술수출에 대한 논의를 복수 기업과 진행하고 있다. E1K는 생체 유래 아미노산 5개로 구성된 펩타이드로 통증을 경감하며, 연골을 재생하는 2중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는 약물이다.
엔솔바이오는 E1K로 통증경감과 연골재생으로 특징되는 골관절염 근본치료제인 ‘디모드’(DMOAD)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년간 시행한 인체 대상 E1K 3개 임상(임상1a, 임상1b, 임상2상) 데이터에 대한 통합 분석까지 마친 상태다.
E1K는 P2K의 2배 이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골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증을 낮춰주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계통 약물을 활용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골관절염치료제 시장은 2022년 82억 달러(약 11조원)에서 2032년 184억 달러(약 25조원) 규모로 커진다.
지속적인 기술수출을 위한 플랫폼도 마련했다. 인공지능(AI) 펩타이드 발굴 플랫폼 ‘EPDS’(Ensol Peptide Discovery System)가 대표적인 예다. EPDS는 단백질 정보은행(PDB)에 등록된 단백질들의 구조 정보로부터 AI 학습을 통해 단백질 형태에 관여하는 아미노산 분자들 사이의 에너지 값을 계산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타깃 단백질이나 다른 펩타이드들과 상호작용하는 최적의 펩타이드 서열을 발굴할 수 있다. 타깃 선택성이 높은 펩타이드를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에 찾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엔솔바이오는 EPDS에 기반해 펩타이드-약물 접합체(PDC)도 개발하고 있다. PDC는 펩타이드와 세포 독성 약물을 링커로 연결한 의약품이다. 기본적으로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유사하지만, 타깃 작용 기전이 항체가 아닌 펩타이드라는 차이가 있다. PDC는 ADC 대비 분자량이 작고 조직 침투성이 좋으며, 합성하고 정제하는 게 쉬워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PDC 시장 규모는 2022년 12억 5000만 달러(약 2조원)에서 2030년에는 103억 2000만 달러(약 15조원)로 연평균 30% 넘게 성장한다.
엔솔바이오 관계자는 “최근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면서 주요 파이프라인 강화와 신규 기술 확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코스닥 이전상장도 성공적으로 이뤄 내 2025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