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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2019년 10월께였다. 당시 부산 동래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일하던 A씨는 신생아실에서 아영양의 체중을 잰 뒤 오른손으로 양 발목만을 잡고 거꾸로 심하게 흔들어 학대했다. 그는 같은 달 5일부터 20일 사이에는 총 21회에 걸쳐 신생아들의 신체에 손상을 가하거나 발달을 해치는 행위를 반복했다.
A씨는 출생 직후 신생아의 두개골은 연한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아영양을 거칠게 다루다 놓쳐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영양은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등 상해를 입고 말았다. 이후 아영양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이송된 대학병원에서는 ‘질환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감염 가능성이 높고 기대 수명이 현저히 낮은 상태’라는 소견을 받았다.
5일간 신생아실에 있던 자녀에게 갑작스러운 질환이 발생하자 아영양의 부모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뒤이어 경찰 수사로 확보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아영양 등 신생아를 학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해당 의료기관에서만 10년여간 일한 A씨가 범행한 정황이 드러나자 병원은 폐원했으며 경찰은 병원장과 간호조무사 등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法 “선천적 상해 인정 안 돼”…징역 6년 확정
A씨는 11개월간의 경찰 조사에서 ‘임신 및 업무 관련 스트레스 등으로 신생아를 학대했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낙상에 대한 직접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해 신생아의 두개골 골절 등이 A씨의 행위로 인한 것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신생아가 출생 시 산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두부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과 A씨의 근무 시간 외에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확률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분만 과정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출산 담당 의료인의 진술과 “출산으로 발생한 두개골 골절 등 손상으로는 아무런 처치 없이 5일간 생존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감정 내용 등을 종합해 아영양에게 선천적 상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신생아실의 간호사로서 갓 태어난 신생아들을 안전하게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기한 채 생후 6일도 안 된 다수 신생아를 21차례에 걸쳐 학대함으로써 피해자와 그 부모들에게 고통을 안겼다”며 “영상을 보면 피고인이 신생아들을 거꾸로 들어 올리거나 엉덩방아를 찧게 하고 바닥에 떨구듯이 내려놓는 등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신생아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피고인의 학대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모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친동생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 사건 범행 다시 심리적으로 곤궁한 상태에 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그러한 사정이 결코 범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대법원이 A씨 측 상고를 기각하며 2023년 5월 18일 형이 확정됐다.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병원장과 간호조무사에게는 각각 벌금 3000만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아영양은 A씨가 형을 확정받고 약 1개월이 지난 뒤 숨졌다. 당시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온 아영양은 심폐소생술과 약물치료를 받던 중 뇌사 상태에 이르렀고 또래 환자 4명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났다. 태어난 지 만으로 3년 8개월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