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현지시간) FDA의 말초 중추신경계 약물 자문위는 전원 만장일치(찬성 11표)로 도나네맙의 허가를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결정이 나오기 전인 지난 8일 일라일릴리의 시총은 8078억3000만 달러(한화 1114조원)였지만, 연일 상승해 14일 기준 8395억달러(한화 1157조원)를 기록했다. 일라이릴리의 시총은 제약바이오 업계 1위이며, 2위인 노보노디스크(6360억달러)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
지난 4월 FDA가 ‘부작용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거론하며 도나네맙에 대한 허가 심사 결과 발표를 한차례 연기하면서, 승인 불발 위기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당시 일라이릴리는 “시장에서 쓰이는 레켐비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그보다 부작용 발생률이 낮다”며 허가 성공을 자신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제약 등이 2021년 6월 FDA로부터 가속승인받은 최초의 항체 기반 치매 신약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뇌부종 등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이 40%에 달했다. 그런데다 해당 물질의 임상이나 실제 현장에 도입한 이후 추가 연구분석 결과, 1차 평가 지표인 인지기능 개선 수치가 확인되지 않아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후 양사가 2023년 1월 미국에서 가속승인받은 두 번째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뇌부종 부작용 발생률은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도나네맙 역시 임상 과정에서 뇌가 부어오르는 현상(24%)과 뇌출혈(31%), 심각한 뇌부종(1.6%) 등 여러 부작용이 확인된 바 있다. 학계에서도 아밀로이드베타를 차단하는 기전의 항체치료제에서 뇌부종 부작용이 수반된다는 의견을 채택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 FDA 자문위의 허가 권고 결정으로 도나네맙 역시 이르면 1~2달 이내 미국에서 승인된 세 번째 항체 신약으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이로써 이르면 연말 도는 내년 상반기부터 미국 내 치매 치료 시장에서 레켐비와 도나네맙의 치열한 시장 경쟁이 펼쳐질 예정이다.
레켐비와 도나네맙은 효능과 투약방법 면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레켐비는 인지기능 개선 효능이 첫 투약 후 6개월간 27% 수준으로 확인됐지만, 도나네맙은 임상 3상에서 해당 기간 효능이 35%로 분석됐다. 레켐비는 격주로 1번 정맥주사 해야하지만, 도나네맙은 월 1회 간격으로 투약하는 용법으로 FDA의 심사를 받는 중이다.
치매신약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도나네맙의 효능이 레켐비를 압도하진 못한다”며 “투약 간격이 더 길지만 바이오젠이 레켐비의 투약간격을 늘리려는 시도가 성공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 승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두 약물이 경쟁적으로 항체 기반 치매 지연 치료제 시장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현지시간) 바이오젠은 레켑비의 월1회 유지요법용 정맥주사제에 대한 허가 심사가 미국에서 개시됐다고 밝혔다. 내년 1월까지 해당 요법의 심사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레켐비는 현재까지 미국과 일본에서 시판됐으며, 연내 국내 시장에도 본격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늘어나는 항체 기반 치매약의 가장 큰 약점인 뇌부종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뉴로핏은 지난 3월 ‘국제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학회 2024’에서 뇌신경 영상 분석 솔루션 ‘뉴로핏 아쿠아’와 양전자단층촬영(PET) 영상 분석 솔루션 ‘뉴로핏 스케일 펫’ 등을 선보였다. 회사 측은 치매 치료제효능과 뇌부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통합 솔루션을 출시해, 치매약의 효능과 치료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데 일조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