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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40시간의 성폭행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 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누구보다 성실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던 새내기 공무원 A씨는 왜 재판에 서게 됐을까.
2020년 6월경 공무원이 된 지 10개월 차였던 A씨는 다른 직원들보다 두 시간 정도 먼저 출근하는 등 열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이에 동료들은 매일 일찍 출근하는 A씨의 모습에 “부지런하다” “성실하다”며 칭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해 7월 해당 구청 여성 화장실 안에서 화장지 케이스가 발견됐다. 그 안에는 소형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를 통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A씨였다. 매일 이른 아침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A씨의 모습을 확인한 경찰은 A씨를 추궁했고 결국 그의 범죄가 드러났다.
매일 아침 일찍 왔던 이유는 여자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수거하기 위함이었던 것이었으며, A씨의 차 안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 부품도 발견됐다.
A씨는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같은 해 6월 24일부터 7월 20일까지 구청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지 케이스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23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신체를 촬영했다.
7월 중순부터는 4층 여자화장실에도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한 혐의도 드러났다. 또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의 위치까지 바꾸기 시작했다가 이를 알아본 피해자의 신고로 범행이 들통나게 된 것이었다.
A씨는 해당 촬영물을 유포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누구보다 성실한 줄 알았던 A씨의 실체가 드러나자 해당 구청 동료들은 기막힌 상황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한 동료는 “남들보다 먼저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일을 찾아서 하는 성실한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외로워서”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공무원으로서 근무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파면됐다.
이후 열린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여러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촬영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초 징역 4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형량을 받아들였으나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그해 2월 10일 항소심 재판부는 “초범인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촬영물들이 유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이 다소 무겁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해당 사건 이후 해당 구청은 화장실 복도에 CCTV를 추가 설치하고 화장지 케이스를 투명으로 교체했으며 모든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