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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하며 외제차…“폼나게 살고팠던” 10대의 ‘살해 이벤트’ [그해 오늘]

강소영 기자I 2023.10.12 00:02:00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50일 이벤트 여행을 가자”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1년 10월 12일, 10대 세 명이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고등학교 동창인 10대 남성 3명이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여성 한 명을 타겟으로 설정해 연애를 한 뒤 살인해 보험금을 타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충격을 준 것은 공범들 내부에서도 살해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 B양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10대 고교 동창생 3명의 모습. (사진=뉴시스)
그해 8월, 19세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만난 또래 여성 B씨에 “50일이 됐으니 이벤트 여행을 가자”며 함께 전남 화순에 있는 한 펜션으로 향했다.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A씨는 B씨에 “내가 펜션에서 1km 떨어진 곳에 깜짝 선물을 숨겨놨다. 혼자 가서 찾아봐라”라며 펜션 바깥으로 유인했고 B씨를 기다리고 있던 건 선물이 아닌 괴한의 습격이었다.

괴한은 B씨에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렀고 목 등에 부상을 입은 B씨와 괴한이 싸우는 과정에서 흉기가 부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괴한은 B씨를 계속 쫓아와 목을 조르는 등 살해를 시도했지만 B씨는 사력을 다해 펜션 근처로 도망쳐 수로에 숨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B씨의 비명을 들은 펜션 투숙객 등이 112에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군과 A군의 외제차 트렁크에 숨어있던 괴한을 함께 붙잡았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마치고 회복했지만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른 괴한 역시 A군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공범인 D군(19)도 경찰에 곧 붙잡혔다. D군은 C군(괴한)이 범행을 마치면 차에 태워 주거지인 순천으로 도주하도록 돕는 역할이었으나 차량 바퀴에 알 수 없는 구멍이 나면서 범행 현장으로 오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들이 B양을 살해하려던 이유는 보험금 때문이었다.

A군을 포함한 세 명은 당시 뚜렷한 직업 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외제차를 끌고 다녔고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 늘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보험 사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계획을 세웠다. A군이 여자친구 B씨를 사귀고 B씨 앞으로 5억 원짜리 생명보험을 들어 A씨를 수익자로 지정, B씨가 사망하면 생명 보험금을 수령해 세 명이 보험금을 분배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들은 실수 없이 범행을 진행하기 위해 범행 장소를 세 번이나 답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B씨의 맹렬한 저항에 좌초됐다.
사건 당시 A군이 펜션으로 몰고 온 외제차 모습. B양에 흉기를 휘두른 C군은 경찰이 출동하자 해당 차량 트렁크 안에 숨었다가 발각됐다. (사진=JTBC 화면 캡처)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같은 해 5월과 7월에도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공범인 이들을 상대로도 살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첫 대상은 교통사고 보험 사기를 함께 저질렀던 20살 김 씨였다. A군 등은 김 씨를 산에서 밀어 살해한 뒤 보험금 2억 원을 가로채려고 계획한 뒤 사전 답사까지 마쳤다. 이 과정에서 보험 수령자를 만들기 위해 20살 여성 E씨를 끌어들여 김 씨와 혼인관계까지 만들었으나 김 씨가 이를 눈치채고 잠적해 실패했다.

두 달 뒤에는 E씨를 살해하고 보험금 4억 원을 타려고 했으나 이를 눈치챈 E씨가 잠적하며 실행할 수 없었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을 파악한 후 E씨도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지인을 대상으로 한 두 번의 범행이 실패로 끝나자, 이들이 아예 모르는 사람으로 범행 대상을 변경해 세 번째 범행을 시도한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경찰은 A씨 등이 그해 1월 전남 순천과 광양 등지에서 교통사고 보험 사기로 보험금을 받아낸 전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를 계기로 B씨의 살해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10대에 불과한 이들의 생명 경시 풍조가 안타까웠다”는 마음을 나타냈으나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외제차 할부금을 갚고 멋있게 살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죄는 가히 10대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잔인하고 계획적이었기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10대 범죄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는 가운데 성인이 된 이들에게는 어떠한 처벌이 내려졌을까.

지난 2022년 4월 27일 1심 재판부는 주범 A씨(21)에 징역 20년에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으며, C씨(21)에게는 징역 15년, D씨(21)에게는 징역 5년, E씨(21)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외제차 구입으로 발생한 채무 변제,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중대한 범죄를 계획했다”며 “3차례나 대상을 바꾸면서까지 범행 실현 의지를 보였고 혼인신고, 범행 발각을 대비한 거짓 알리바이 준비 등 죄질이 매우 나빠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13일 열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다소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원심을 깨고 징역 1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각각 15년과 5년을 선고받았던 C씨와 D씨에 대해서도 원심을 깨고 징역 9년과 3년 6개월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이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범행을 인정하는 점, 동종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초범인 점,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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