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른 여자 만나" 한마디에…갈대밭 살인자 돌변한 10대[그해 오늘]

한광범 기자I 2023.02.25 00:02:00

2016년 화순 10대 여학생 피살…교제하던 남자친구가 범인
피해자 가족들과도 평소 가깝게 지냈기에 유족들 ''큰 충격''
시신까지 갈대밭에 유기…유족과 합의로 징역 10년형 확정

경찰이 2016년 2월 25일, 전남 화순의 한 갈대밭 인근에서 현장검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YTN뉴스 갈무리)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6년 2월 25일, 전남 화순경찰서는 김모(당시 18세)군을 긴급체포했다. 김군이 받는 혐의는 살인 및 사체유기였다. 전날 밤늦은 시간 화순의 한 갈대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A양과 관련해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붙잡힌 것이다.

사건은 같은달 23일 A양이 교회 친구이던 김군을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 후 귀가하지 않으며 알려졌다. A양 가족은 그날밤 A양 휴대전화가 꺼진 상태로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양이 그날 만나러 간다고 밝혔던 김군에게 A양의 소재를 물었지만, 김군은 “A양을 그날 만나지 않았다. 저는 친구 B군과 시내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했다”며 A양의 행적을 모른다고 진술했다. B군도 김군의 진술처럼 PC방에서 함께 있었다고 답했다.

김군은 “저와 A양이 기독교 청소년 봉사단체에 스태프로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오늘 인천에서 단체 행사가 있으니 A양이 거기 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김군과 A양의 휴대전화와 대중교통 이용 내역을 확인하자, 김군의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카톡 탈퇴·휴대전화 파손 등 증거인멸 및 알리바이 조작

경찰은 일단 A양의 휴대전화 마지막 신호를 따라 수색을 이어가던 중 B군으로부터 “A양 시신을 유기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후 구체적 장소를 확인했다. 그리고 B군이 지목한 현장에서 참혹한 상태의 A양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김군이 A양을 살해한 후 저와 함께 시신을 유기했다”는 B군의 진술에 따라 김군을 긴급체포했다. 김군이 A양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자, A양 유족은 큰 충격을 받았다. 딸과 같은 교회를 다녔던 김군이 평소 A양은 물론 A양 가족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냈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군은 범행 당일 오후 갈대밭 인근에서 A양을 만났다. 두 사람은 당시 교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군이 다른 여자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두고 다툼이 있었고, 김군은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김군은 범행 직후 친구 B군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고, B군은 곧바로 현장으로 왔다. B군은 김군에게 수차례 “자수하라”고 권유했지만 김군은 이를 거절하고 시신유기를 제안했다. 결국 두 사람은 A양 시신을 갈대밭 안에 사체를 유기했다.

◇가벼운 ‘징역 10년형’에도 “형량 무겁다” 상소

김군은 A양 시신을 유기한 후 자신과의 메시지 송수신 내역을 지우기 위해 A양 휴대전화에서 카카오톡 계정을 탈퇴한 후, 휴대전화를 파손시켰다. 그리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휴대전화를 버렸다.

김군은 경찰이 자신을 의심하는듯하자, B군과 짜고 알리바이 조작까지 시도했다. B군에게도 자신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삭제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B군에게 유기한 시신이 발견되지 않도록 묻어버리라고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긴급체포 후 구속된 김군은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치부가 알려질까 두려워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군에게 살인과 사체유기, B군에게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 도중 김군은 A양 유족과 합의해, A양 가족은 법원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A군은 이 덕분에 예상보다 낮은 형량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1심은 “유족들은 가해자가 평소 스스럼없이 지내던 김군이라는 사실에 더 분노했고, 짧은 생을 마감한 피해자를 가슴에 묻고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 것”이라면서도 유족과의 합의를 고려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B군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이 내려졌다.

김군은 1심 판결에 대해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불복했다. 2심 재판부는 “김군이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한 후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1심 형량은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김군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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