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中, 러와 손잡고 美에 맞서 '우주굴기'..독자 우주정거장 내년 완공

신정은 기자I 2021.05.03 00:00:00

중국, 1992년 ISS 건설 참여 못하고 독자 개발
톈허, 29년만에 우주정거장 첫발…내년 완공
옛 소련 영광 되살리려는 러시아, 중국 손잡아

중국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인 톈허(天和)를 창정 5B 야오(Y) 로켓에 실어 지난달 29일 발사했다. (사진=STR/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성채윤 인턴기자] 1992년.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 참여 의사를 밝힌 중국을 국가안보 문제를 이유로 거부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16개국이 참여한 ISS에 중국이 빠진 이유다.

이후 중국은 ‘혼자서라도 만들겠다’며 우주정거장(CSS·Chinese Space Station) 건설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0분의 1이 채 안 됐고 우주개발 기술은 걸음마 단계여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였다. 그러나 2021년 4월 29일. 중국은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을 우주로 발사하는 데 성공하면서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성큼 다가섰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힘을 숨기고 고통을 참으며 때를 기다린다)’가 낳은 결과물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전쟁은 우주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우주 개발에 뒤늦게 뛰어든 중국은 미국을 바짝 추격하며 ‘우주굴기’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쏴올린 옛 소련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러시아도 홀로 고군분투해온 중국 편에 섰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달초 공동으로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달 궤도와 표면에 조성될 실험연구시설 단지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 주도의 달 복귀 계획과 경쟁구도를 구축한 것이다.

스페이스X. (사진=NASA/AFP)


이에 앞서 미국은 2024년까지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내고 2028년부터 상주 체제로 들어가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우주탐사 협력 규범을 담은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해왔다. 호주와 캐나다, 일본, 영국,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이 이미 참여했으며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맞서 새로운 우주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가진 모든 나라와 국제 파트너에 개방돼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의 탐사에 성공하고, 미국과 러시아에 이른 세 번째로 달 샘플을 확보하는 등 우주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전 11시 22분. 중국유인우주국(CMSA)은 하이난(海南)성 원창(文昌) 기지에서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인 톈허(天和)를 창정 5B 야오(Y)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향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길이 16.6m, 지름 4.2m, 무게 22.5t인 텐허는 340km~450km 사이의 지구 저궤도에 배치될 예정이다. 톈허는 우주정거장의 궤도를 유지하기 위한 추진 장치와 함께 우주비행사들의 생활 공간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모듈의 설계 수명은 최장 10년이지만 적절한 유지 보수 및 수리만 이뤄진다면 15년도 버틸 수 있다.

톈허에서는 우주비행사 3명이 6개월간 머물며 과학 실험과 우주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톈허 발사에 이어 중국은 다음 달 화물 우주선 톈저우 2호를 쏘아 올리고, 6월에는 우주인을 태운 선저우 12호를 보내 생명 유지 시스템을 시험하고 안정화 작업을 수행하는 등 본격적인 우주정거장 구축 단계를 밟을 계획이다.

중국은 2022년 말까지 11차례 우주정거장용 모듈과 재료를 추가로 발사해 이들의 모듈을 조립하고 우주정거장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이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지 정확히 30년이 되는 해다.

이번에 발사된 톈허 양 옆으로 원톈(問天), 멍톈(夢天) 등이 붙어 총 3개의 주요 모듈로 구성되며 약 100t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16개국이 공동 설립해 운영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4분의 1 정도 크기다

중국의 우주정거장은 크기는 작지만 2025년 이후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주에서 유일한 ISS는 노후화 문제로 2024년까지만 운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톈허 발사가 향후 전 세계 우주 개발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중대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주정거장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보낸 축전에서 “우주정거장 건설은 유인 우주프로그램 전략의 중요 목표를 실현하고, 과학 강국, 우주 강국으로 가는 중대 프로젝트”라며 “톈허 발사 성공은 우리 우주정거장 건설이 전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