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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꼬리표’ 떼나..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대한민국연극제

이정현 기자I 2019.05.16 06:00:00

블랙리스트 파문 뒤로하고 새출발 다짐
피당사자 서울연극협회와 '손'
연극 메카 서울 대학로서 내달 개막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제37회 대한민국 연극제 in 서울’공식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블랙리스트·미투 운동에 목소리 못 냈던 것 사과드린다.”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전국연극제)를 주최하는 한국연극협회가 연극계 블랙리스트 및 미투 운동에 침묵한 것에 사과했다.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및 대한민국연극제 조직위원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씨어터 카페에서 열린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연극을 사랑해주신 관객과 한국 연극을 지켜온 이들에게 머리 숙여 반성한다”고 말했다.

오태근 이사장이 이날 연극계 블랙리스트를 언급한 것은 대한민국연극제가 연극계 블랙리스트의 상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주최인 한국연극협회는 박근혜 전 정권 당시 정대경 전 이사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해 8월 탄핵에 해당하는 조기 선거를 권고 받았으며 자진사퇴했다. 오 이사장은 지난 2월 선출됐다.

오 이사장은 “블랙리스트 논란 당시 협회 집행부 간에 소통이 안 되고 있었으며 여러 가지 문제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며 ‘한국연극협회’라는 이름만 남기고 다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누적된 관행을 걷고 소통으로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연극제는 전국연극제가 전신이다. 지방 연극의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해 2016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하지만 지원금 미정산과 블랙리스트 등 한국연극협회 전임 이사장과 관련한 파행 운영으로 위기를 겪었고 파열음이 났다.

서울연극제 대관 배제, 아르코 대극장 폐쇄 사건 등으로 블랙리스트의 피당사자로 지목된 서울연극협회는 2016년부터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했다. 당시 대한민국연극제가 서울연극협회의 서울연극제를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를 시작으로 협력 관계로 가겠다는 의지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 이사장 및 대한민국연극제 집행위원장은 “그간 위기가 있었으나 연극계를 와해하려던 블랙리스트는 불발됐다”며 “연극계는 여전히 건재하며 훼손된 가치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극협회는 한국연극협회와 마찬가지로 올해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했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대한민국연극제는 ‘연극은 오늘, 오늘은 연극이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37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다. 내달 1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개막한다. 폐막은 25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예정했다.

축제의 중심이 될 ‘본선경연’과 차세대 연극인 육성을 노리고 올해 처음 마련한 ‘네트워킹페스티벌’ 12 작품, 그리고 다양한 초청공연과 야외프로그램, 학술행사로 이어진다. 총 58개다.

본선경연의 대상은 연극계에 유일한 대통령상을 받는다. 전국에서 선발한 16개 창작 작품이 축제 기간에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을 중심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해 평가한다. 한국전쟁이 배경인 가족이야기 ‘경숙이, 경숙 아버지’, ‘냄비’,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서사로 푼 ‘썬샤인의 전사들’, 관료주의와 권의주의를 비판하는 ‘꽃을 피게 하는 것’, 강제 이주 당한 동포의 비극을 그린 ‘1937년, 시베이라 수수께기’ 등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이 눈에 띈다. 또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다룬 ‘은밀한 제안’, 잠수정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고래’, 요양원의 노인간 사랑 이야기인 ‘꽃을 받아줘’, 전쟁을 관광상품으로 만든 자본주의를 비판한 ‘전시조종사’, 할아버지와 나의 이야기인 ‘아부조부’가 함께 경쟁한다.

초청 공연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국내 1편과 외국 2편을 초청했다. 소울시어터의 ‘만주전선’과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날으는 홍범도 장군’, 재일오사카조선고급학교 연극반의 ‘조에아가 빛나는 밤하늘’이다.

야외프로그램은 6월 한달간 대학로 일대를 무대로 펼쳐진다. 곳곳의 거리 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체험행사 등 27가지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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