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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 이별을 예감한 사랑 '연오랑 등대'

강경록 기자I 2018.01.21 00:00:01

북두칠성 등대, 사랑을 비추다

연오랑등대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바다 사이 등대」와 영화 「해운대」에서는 주인공 남녀의 절절한 사랑이 등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처럼 한 자리에서 변함없이 빛을 밝히는 등대의 특성은 오랜 시간을 거쳐 ‘사랑’의 코드로서 우리 삶에 녹아들어 왔다. 그렇다면 잔잔한 서해와 뜨거운 낙조를 한 몸에 안은 인천의 등대에는 어떤 사랑이 숨어 있을까. 총 42개의 등대 중 북두칠성 별자리의 모양으로 위치한 주요등대 7개소에서, 숨은 7색의 사랑 빛을 느껴보자. 이번에 소개할 등대는 연오랑 등대다. 정식명칭은 이천항역무선방파제 등대로 지난 1934년에 설치했다. 높이는 11미터이다.

연오랑 등대는 활기참과 즐거움으로 분주한 연안부두에 놓여있다. 서해 바다에 흩뿌린 미지의 섬을 향해 떠나는 발걸음, 싱싱한 생선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인천종합어시장, 밴댕이회무침거리 등 설렘을 물씬 풍기는 연안부두의 풍경을 뒤로하고 저 멀리 바닷가에 놓인 연오랑 등대와 붉은 노을은 어쩐지 그들만의 사연 깊은 대화를 이어가는 듯하다.

연오랑 등대의 명칭은 신라시대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 부부의 슬픈 설화에서 비롯됐다. 하루는 연오가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고 있던 중 갑자기 바위가 연오를 싣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세오가 남편을 찾아 헤매다 남편이 벗어둔 신을 보고 그 바위에 올라 하염없이 그리워하니 하늘이 감동하여 바위가 또 세오를 일본으로 실어갔고 부부가 재회하게 된다. 연오랑 등대는 노을을 따다 먹은 애잔한 붉은 빛을 5초에 한 번씩 뿜으며 이별하는 이들의 그리움을 흘려보내고 있다. ‘갈매기도 슬피 우는 이별의 인천항’을 노래한 옛 노랫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러나 슬픈 사랑이야기와는 달리, 잘록한 허리에 붉게 물든 몸체와 등대의 불빛은 잔인하리만치 아름답다. 이 붉은색은 사실 인근에 위치한 흰색, 노란색의 인천항 연안항구 남, 북 방파제 등대와 함께 신호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흰색 등대는 등대의 왼쪽으로, 붉은 등대는 등대의 오른쪽으로 드나들라는 의미이며 노란 등대는 인근에 공사구역과 같은 시설이 있어 위험하니 주의하라는 신호이다. 알록달록한 등대의 색채가 인천의 삶과 생명을 살찌운 인천항을 수호하고 있는 것이다.

동인천역에서 12번 버스를 타고 ‘방파제 입구’정류장에 내리면 금세 역무선방파제에 다다른다. 바다 속 풍경이 생생한 벽화와 고전의 대명사 ‘심청전’이 그려진 방파제 길의 끝에는 인천대교와 팔미도를 조화롭게 품은 청정 바다가 펼쳐진다. 이 때, 가까이 다가오는 아련한 뱃고동 소리와 함께 인천항을 굽어보는 연오랑 등대의 실루엣에서 오늘도 짙은 그리움이 찬찬히 배어나온다.

연오랑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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