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롬복 여행 ①
제주 2.5배 면적에 250만명 거주해
종교적 관용넘어 화합하고 융합해
해변가 걸으며 삶의 쉼표 찍고
폭포 물줄기에 일상의 때 씻어
|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탄중안 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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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탄중안 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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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셍기기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관광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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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복(인도네시아)=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인도네시아 롬복(Lombok). 인도네시아하면 발리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곳이다. 그랬던 롬복이 최근 ‘핫’한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한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부터다. 롬복의 작은 섬인 길리 트라왕안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식당을 운영하며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의 모습과 섬의 풍경을 담았던 tvN ‘윤식당’이다. 방송 이후 롬복의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오래전 상업화한 발리와는 달리 아름다운 자연과 때 묻지 않은 삶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TV에서 보인 모습은 롬복의 전부가 아니다. 롬복의 속살은 그보다 더 여유롭고, 인간적이다. 느릿느릿 시간을 곱씹으며 진정한 힐링과 욜로를 느끼고 싶다면, 천상의 섬 ‘롬복’으로 떠나보자.
| 롬복 나르마다 사원에서 느긋한 오후를 즐기는 히잡을 쓴 롬복 여인들. 인도네시아 롬복(Lombok)에 위치한 나르마다(Narmada) 사원 모습. 인도네시아 전통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약 300년 전 영화를 누렸던 까랑아슴 왕조 시기에 지어진 힌두교 사원으로서 당시 아낙 아궁 게데 왕이 나이가 들어 해발 3726미터의 성지 린자니 산에 올라 제사를 지내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린자니 산의 성스러운 물줄기가 흐르는 이곳에 축소판 성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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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종교와 문화를 가진 ‘롬복’
롬복은 발리 옆동네 섬이다, 발리에서 비행기로 30분, 페리로는 2시간 떨어진 순다(Sunda) 열도에 자리했다. 섬은 생각보다 크다. 제주도의 2.5배에 달한다. 여기에 약 250만명이 살고 있다. 발리와는 지척이지만 여러모로 다르다. 발리가 힌두교 문화를 가지고 있는 반면, 롬복은 이슬람 문화권이다. 10명 중 7명이 이슬람 아니면 이슬람과 기존 토속신앙이 결합한 ‘사삭 이슬람(Sasak Islam)’을 믿는다. 불교와 기독교를 믿는 사람도 있다. 말 그대로 다채로운 종교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롬복인 것이다.
물론 종교로 인한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롬복인들은 현명하게 갈등을 풀어내고, 각자 종교를 인정하며 살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프랑토팟’(Peran Topat)이라는 종교행사다. 이슬람 교인과 힌두교 교인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 진영을 나눈 후, 토팟(Topat)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던지는 의식이다. 토팟은 잎으로 싼 꽃 주머니다. 각 종교의 신을 속이는 행위 의식으로, 이른바 가짜 종교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배척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만연한 인간의 역사에서 타 종교를 향해 던지는 꽃은 종교적 관용을 넘어 화합과 융합의 결정체인 것이다.
| ‘니파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롬복 해안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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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매력적으로 빛나는 롬복의 해변
롬복에는 발리와는 또다른 근사한 해변이 많다. 그중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셍기기(Senggigi)해변이다. 검은 모래 사장이 펼쳐진 곳으로 이 해변을 중심으로 고급 호텔과 리조트를 비롯해 레스토랑과 숍 등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래서 롬복 투어 대부분은 이곳을 기점으로 출발하고 종료한다. 말 그대로 롬복 여행의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셍기기 해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창 밖으로 펼쳐지는 해안의 절경도 기가 막히다. 니파(Nipah) 뷰포인트는 롬복의 해안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와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도 여기서 촬영을 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인기 배우인 공유가 화보촬영을 하기도 했다.
롬복 남쪽으로는 근사한 해변이 많다. 탄중 안(Tanjung Aan) 해변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곳이다. 해변 서쪽에 자리한 낮은 언덕에 올라서면 절벽에 둘러싸인 원형의 만이 내려보이는데, 이곳은 인도네시아 최고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쿠타(Kuta)해변은 롬복 남부의 메인 타운이다. 롬복공항을 기점으로 롬복 섬 위쪽의 중심이 셍기기해변이라면, 아래 쪽의 중심은 쿠타해변이다. 보통 여행자들이 발리 쿠타와 같은 번화함과 복잡함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매우 한적하고 작은 마을이다. 발리 쿠타의 30년 전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특히 서핑 마니아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으로 유명하다. 파도가 서핑을 하기에 적당해 아침부터 밤까지 세계 각국의 서퍼들로 붐빈다.
| 베낭 클람부 폭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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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뭉치라는 이름을 가진 베낭 스토클 폭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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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상쾌한 린자니의 숨은 폭포
롬복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린자니 산(3726m)이다. 롬복의 지붕으로 불리는 이 산은 활화산이다. 가장 최근 분화했던 시기는 2015년이다. 당시 상공 3km까지 화산재가 솟아올라 롬복 공항은 물론 이웃 섬인 발리 공항까지 폐쇄됐다. 산은 롬복 북부와 중부에 걸쳐 있다. 선상호수인 ‘세가라 아낙’까지 등반하는 여행객도 많지만 대개 폭포를 중심으로 트레킹을 즐긴다. 트레킹은 산의 북쪽에 위치한 슨당 길레(Sendang Gile)와 타우 클랍(Tiu Kelap) 폭포 코스, 남쪽의 베낭 클람부(Benang Kelambu)와 베낭 스토클(Benang Setokel) 폭포 코스로 나눠진다. 두 코스를 하루에 모두 돌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 한 코스만을 선택해 둘러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여행길에서는 남쪽의 베낭 클람부와 베탕 스토클 폭포 코스를 선택했다.
들머리는 란자니 산 남쪽에 위치한 란자니 국립공원 입구다. 롬복 마타람에서 약 1시간 거리다. 여기서 15분 정도 거리에 베낭 스토클이 있다. 입구에서 폭포까지 가는 길도 잘 준비해 놓아아이들과 함께 가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다. 베낭 스토클은 롬복어로 ‘실뭉치’라는 뜻. 3개의 큰 물줄기가 30~40m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실뭉치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베낭 클람부는 여기서 30~40분 정도 산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가는 길은 다소 험한 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길도 좁다. 울창한 밀림 숲을 지나 땀이 흥건하게 온몸을 적실 즈음 베낭 끌람부에 도착한다. 이 폭포는 물줄기가 여러 갈래인 것이 특징이다. 계곡을 흐르던 물이 절벽과 만나 만들어진 폭포가 아니라 땅 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절벽으로 그대로 떨어져 만들어진 폭포라는 것이다. 2~3단의 폭포는 각각의 다른 높이의 지하수가 뿜어져 나와 만들어진 풍경이다. 그래서 폭포 이름도 롬복어로 커튼을 의미하는 ‘클람부’라고 한다. 마치 울창한 열대밀림 사이를 못 견디겠다는 듯 터져 나온 모습이다. 전해져오는 이야기로는 이 폭포 물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면 지병이 낫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폭포수를 맞고 있는 사람을 여럿 볼 수 있다.
| 롬복 중부지역의 끄디리(Kediri)에 있는 토기 마을 바뉴물렉(Banyumulek)에서는 게라바(Gerabah)라고 불리는 전통 질그릇을 만들어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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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한국에서 롬복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보통 자카르타를 경유한다. 발리에서 국내선 항공편을 타거나 페리를 타고 롬복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국내선을 타고 자카르타에서는 2시간, 발리에서는 20~30분이면 닿는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에서 부정기편인 전세기를 운항하기도 했다.
△그외 볼거리 = 사삭 빌리지는 롬복 원주민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전통공연과 무술공연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사삭 주민이 실제 거주하는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 롬복 중부지역의 크디리(Kediri)에 있는 토기 마을 바뉴물렉(Banyumulek)에서는 게라바(Gerabah)라고 불리는 전통 질그릇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수카라레(Sukarare) 마을은 전통 직물로 유명하다. 전통 배틀을 이용해 천을 짠다. 다양한 색의 실과 패턴의 조합으로 만든 천은 화려한 문양을 자랑한다.
| 수카라레(Sukarare) 마을은 전통 직물로 유명하다. 전통 배틀을 이용해 천을 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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