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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일가 친척 등에게 분산시켰던 주식을 본인 명의로 가져오면서 800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문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명의 이전 과정에서 어설픈 세무 전략으로 인해 납부할 세금이 크게 늘어났고, 과세 처분을 뒤집어보려는 노력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7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말 부영 주식 494만3478주(35.31% 지분)와 대화도시가스 주식 8만2600주(45.8% 지분)를 기존 주주들로부터 명의 이전하고, 2008년 3월 834억원의 증여세를 해당 주식으로 국세청에 자진 납부(물납)했다.
그는 증여 받은 주식이 원래 자신의 소유로서 동생인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 매제 이남형 부영건설 前사장, 동서 관계인 이영권 씨, 계열사 직원 조모 씨 등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뒤늦게 주장하면서 국세청에 이미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경정 청구를 신청했다. 부영의 회장으로서 실제로 모든 경영권을 행사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 회장은 1979년 우진건설산업이 부도 나면서 본인 명의로 금융거래와 사업운영을 할 수 없게 되자 1983년 부영, 1988년 대화도시가스(舊대화에너지)를 인수하면서도 대표이사로 나서지 못했고, 인수한 주식들도 가족 등에게 명의신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 회장이 스스로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계약서와 증여세 신고 납부행위 자체를 원인 무효로 보기 어려운 이상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정 청구를 거부했다. 이 회장은 법무법인 광장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지난해 2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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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원은 이 회장이 동생과 매제로부터 증여 받은 주식에 대해 명의신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기간 가족 등의 명의를 이용해 이 회장이 부담해야하는 세법상 의무를 회피하고, 편법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면서 대기업을 사실상 지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4년 이 회장과 이남형 전 사장이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와 형사 처벌을 받을 당시, 실제 지분 보유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기존 형사판결을 뒤집기도 어렵다고 심판원은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의 동서와 계열사 직원의 주식에 대해서는 이들이 별다른 재산이 없고, 직접 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한다는 사실 자체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명의신탁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부영은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심판원 결정 결과 이 회장이 기획재정부로부터 36만5047주(2.18% 지분, 18억2518만원)를 환급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에 납부한 증여세 834억원 중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 회장 측은 행정소송 등 추가 불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가족 등 소유의 주식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명의신탁 해지가 아닌, 증여 방식을 선택하면서 거액의 세금을 납부한 점은 의문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회장 측은 "과거 국세청의 과세 사실이 있어 명의신탁 해지를 주장할 경우 발생할 복잡한 법률관계를 피하려 했고, 추가 세무조사나 언론 공개로 인한 이미지 손상 등도 고려했다"며 "비상장주식은 2007년 말까지만 물납이 가능하다는 실무 직원의 조언이 있어 급하게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해서 신고 납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세무사는 "명의신탁을 해지하면 최소 절반 이상의 세금을 줄일 수 있는데 굳이 뒤늦게 증여세 납부를 택한 것은 절세와는 거리가 먼 전략으로 긴급한 결정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지분 관계를 말끔하게 정리해 자식에게 물려줄 목적이었다면 가족들 소유의 주식을 직접 증여하는 방식으로 세금 납부 의무를 종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