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산업과 경제, 나아가 문명 대전환의 원년이다. AI가 바꿔놓을 미래를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으면서도, 그 대응에서 손 놓고 있는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거대한 불확실성이 짓누르는 이 때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게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고자 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과 시장,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찾아내겠다며 도전하는 한국판 젠슨황이나 샘 올트먼, 손정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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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중대차한 시기, 한국 사회에서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나서 기업가정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심지어 외면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당당히 정부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지정돼 지난 4년 간 국내 최초의 부동산 토큰증권(STO) 플랫폼을 운영하며 50만명의 고객을 만들어내기까지 고군분투한 루센트블록은 정작 제도화 단계에서 정부와 기득권 증권업계 주도로 탄생한 준공공기관들에 밀려 정식 사업자 지위를 박탈 당했다. 정부가 만들어준 비즈니스 모델의 유효성 실증이, 단어 뜻 그대로 ‘모래놀이’나 즐긴 꼴이 되고 말았다. 규제 샌드박스 이후 제도화와 사업자 진입이 어느 정도 담보되지 않는 이 놀이를 앞으로 어떤 스타트업이 하고 싶어할 지 안 봐도 볼 보듯 하다.
10여년 전부터 규제 공백 속에서 국내 디지털자산을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일궈 낸 두나무(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 코인거래소는 대주주 지분 규제라는 철퇴를 맞고 있다. 증권사에 비해 턱없이 짧은 업력에 규제도 여전히 온전치 않으니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지배구조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그런 코인거래소를 대체거래소처럼 대주주 지분을 15~20%로만 제한하고, 나머지 지분은 강제로 처분해 분산시키겠다는 게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방침이다. “거래 플랫폼은 모두 공공 인프라니 대체거래소처럼 돼야 한다”는 명분 앞에 지금껏 거래소 사업을 키워온 대주주들의 공은 오간데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과도한 경제형벌을 줄이겠다며 배임죄 페지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실제 입법은 하세월이다. 세 차례에 걸쳐 상법 개정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따를테니 차제에 경영권 방어 장치를 함께 고민해 달라’는 재계 호소는 귓등으로 흘려 버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어느덧 6000선을 훌쩍 넘었다. 현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그토록 매달렸던 건 오랫동안 부동산이라는 지대(rent)에 묶여 있는 돈을 생산적인 금융으로 전환하고자 함이다. 국내 자산을 생산적인 곳으로 돌려 기업들이 미래 혁신의 꿈을 위해 뛰게 하고자 함이다. 그렇다면 자본뿐 아니라 그 기업을 혁신과 미래에 대한 도전으로 이끄는 경영진이나 소유주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발현케 하는 일에도 무심해선 안 된다. 그래야만 증시에 흘러 온 자금이 기업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년 기업가정신 실태조사’에서 국내 개인과 기업 모두의 기업가정신 수준이 한 해 전에 비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고도성장기업이나 초기성장기업 등 혁신성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일수록 우호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새 정부의 실용주의적 경제정책이 기업들에게 기대를 높여주고 있지만, 기업가정신이 외면 당하는 사례들이 누적된다면 분위기는 언제든 뒤바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