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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홈플러스와 MBK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초 홈플러스가 ABSTB를 금융채권보다 변제 여력이 큰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 원금을 전액 변제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변제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병주 MBK 회장 역시 지난 16일 사재출연 약속을 했지만 열흘이 넘게 이날까지도 구체적인 출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홈플러스 측이 “오는 6월 법원의 회생 계획안 승인이 이뤄진 뒤 ABSTB를 상환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원으로부터 회생 계획 인가 뒤 ABSTB의 상환이 결정되면, 앞서 홈플러스가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우선 변제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회생 절차 개시에 따른 변제 순서는 △공익채권(임금·임대료) △회생담보권(담보 설정 채권) △회생채권(상거래채권·금융채권) 순인데, 법원의 회생 계획 인가 이후에는 상거래채권과 금융채권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ABSTB의 상환 순위가 후순위로 밀리고 채무가 조정되면서 전액 변제도 어려워질 수 있다.
증권가에선 이것이 김 회장이 사재출연 계획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이유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ABSTB 대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비판이 증권사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영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등은 리테일 창구를 통해 약 3000억원의 ABSTB를 개인투자자와 법인에 판매했는데, 일부 투자자들은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 배상 등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MBK와 홈플러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MBK가 빠른 시일 안에 ABSTB 변제를 할지 말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약속할 수 없으면 사실상 거짓말에 가까운 것”이라며 “MBK가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것에 대해 감독 당국에서도 불신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와 조사를 더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