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사모펀드는 설립 목적상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홈플러스의 상황을 다른 사모펀드 소유 기업들에게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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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절반에 달하는 4곳이 사모펀드가 투자하거나 투자를 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 등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 SK스페셜티,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등이다.
워치리스트는 발행사 신용상태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이나 변화가 생겼을 때 신용평가사가 등급조정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는 것을 알리는 제도다. 등급하향 검토대상에 등재됐다는 건 3개월에서 6개월 내에 등급을 추가로 강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우선 한국기업평가는 고려아연의 무보증사채(SB)와 기업신용등급(ICR)에 대해 ‘AA+’로 평가하고, 하향 검토 워치리스트에 올렸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고려아연도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7%대의 고금리로 1조원을 긴급 조달했는데, 이자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취득을 위해 유출된 자금만 1조8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 고려아연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2000억원에서 12월 말 2조200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4분기 기준 1328억원의 영업이익에도 세전 손익은 -303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은섭 한기평 연구원은 “대규모 자기주식 취득으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된 가운데, PEF 최대주주의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한 배당 규모 확대로 재무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며 “향후 경영권의 최종 소재, 안정화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인 SK스페셜티는 SK에서 한앤컴퍼니로 최대주주가 변경된다. 지난해 12월 한앤컴퍼니에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700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거래는 오는 6월 중 종결될 예정이다.
최대주주 변경으로 SK그룹의 계열지원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신용평가 3사 모두 SK스페셜티의 SB를 등급하향 검토대상에 올렸다.
롯데렌탈과 롯데렌탈이 지급보증을 선 롯데오토리스의 회사채 일부도 등급하향 검토대상이다. 롯데렌탈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분을 사들였다.
오유나 한신평 연구원은 “지분 매각이 완료돼 롯데렌탈이 롯데그룹에서 제외되는 경우 사채모집위탁계약서 상 지배구조 변경 제한 조항으로 인해 회사채 중 일부 조기상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회사채 조기상환 부담 발생 여부와 규모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롯데렌탈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피니티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대상으로 총 21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Baa3’, 피치에서 ‘BBB-’를 받으며 투자적격등급을 평가받았다.
다만, 홈플러스의 상황을 다른 사모펀드 소유 기업들에게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M&A 시장에서 사모펀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장에 나온 대형 매물을 소화하면서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가치를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쌍용C&E는 부정적 딱지를 달고 있긴 하지만 사모펀드 인수 후 BBB급에서 A급으로 오히려 신용등급이 올랐다”며 “사모펀드의 공격적인 투자로 체질개선을 이뤄 안정적인 홀로서기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