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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제2의 홈플러스’ 될라…PEF가 사들인 기업 신용등급 하향 우려

박미경 기자I 2025.03.13 19:09:02

‘하향 검토’ 8곳 중 4곳…PEF 관련 이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차입금 급증
홈플러스 상황, 일반화는 부적절
“체질개선으로 안정적인 홀로서기 가능”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두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처럼 사모펀드(PEF)가 사들인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설립 목적상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홈플러스의 상황을 다른 사모펀드 소유 기업들에게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가 신용등급 ‘등급하향 검토대상(워치리스트)’으로 평가한 기업들은 고려아연(010130), SK스페셜티, 한국유니온제약(080720), 한창(005110), 현대엔지니어링, 롯데렌탈(089860), 엠에프엠코리아(323230), 롯데오토리스 등 총 8곳(중복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4곳이 사모펀드가 투자하거나 투자를 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 등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 SK스페셜티,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등이다.

워치리스트는 발행사 신용상태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이나 변화가 생겼을 때 신용평가사가 등급조정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는 것을 알리는 제도다. 등급하향 검토대상에 등재됐다는 건 3개월에서 6개월 내에 등급을 추가로 강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우선 한국기업평가는 고려아연의 무보증사채(SB)와 기업신용등급(ICR)에 대해 ‘AA+’로 평가하고, 하향 검토 워치리스트에 올렸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고려아연도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7%대의 고금리로 1조원을 긴급 조달했는데, 이자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취득을 위해 유출된 자금만 1조8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 고려아연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2000억원에서 12월 말 2조200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4분기 기준 1328억원의 영업이익에도 세전 손익은 -303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은섭 한기평 연구원은 “대규모 자기주식 취득으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된 가운데, PEF 최대주주의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한 배당 규모 확대로 재무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며 “향후 경영권의 최종 소재, 안정화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인 SK스페셜티는 SK에서 한앤컴퍼니로 최대주주가 변경된다. 지난해 12월 한앤컴퍼니에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700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거래는 오는 6월 중 종결될 예정이다.

최대주주 변경으로 SK그룹의 계열지원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신용평가 3사 모두 SK스페셜티의 SB를 등급하향 검토대상에 올렸다.

임채욱 한기평 연구원은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한앤코로 변경되는 경우 계열 지원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모펀드는 설립 목적상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분구조가 분산돼 있어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투자회사에 대한 재무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렌탈과 롯데렌탈이 지급보증을 선 롯데오토리스의 회사채 일부도 등급하향 검토대상이다. 롯데렌탈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분을 사들였다.

오유나 한신평 연구원은 “지분 매각이 완료돼 롯데렌탈이 롯데그룹에서 제외되는 경우 사채모집위탁계약서 상 지배구조 변경 제한 조항으로 인해 회사채 중 일부 조기상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회사채 조기상환 부담 발생 여부와 규모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롯데렌탈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피니티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대상으로 총 21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Baa3’, 피치에서 ‘BBB-’를 받으며 투자적격등급을 평가받았다.

다만, 홈플러스의 상황을 다른 사모펀드 소유 기업들에게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M&A 시장에서 사모펀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장에 나온 대형 매물을 소화하면서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가치를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쌍용C&E는 부정적 딱지를 달고 있긴 하지만 사모펀드 인수 후 BBB급에서 A급으로 오히려 신용등급이 올랐다”며 “사모펀드의 공격적인 투자로 체질개선을 이뤄 안정적인 홀로서기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답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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