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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의견' 엇갈린 법조계 평가…"비상식"vs"판례 따른 것"

송승현 기자I 2025.03.26 17:18:42

2심 "김문기 발언·국토부 협박 발언 모두 무죄"
법조계, 김문기 발언 무죄 판단은 대체로 수긍
"2심, 1심에 비해 내심의 의사 엄격하게 본 듯"
국토부 발언에는 엇갈려…"기존 판결 흔들어"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기사회생했다. 유죄 판단한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이른바 김문기 발언과 국토부 협박 발언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김문기 발언에 대한 무죄 판단에 대해서는 수긍하면서도, 국토부 협박 발언을 의견이라 적시한 재판부 판단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 이예슬 정재오)는 26일 오후 2시 이 대표 선고기일을 열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이 이 대표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단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1심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이 대표 발언 가운데 ‘해외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부분과 백현동 부지 관련 ‘국토부 협박을 받아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골프 단어조차 나오지 않았는데 제3자가 말한 발언을 기초로 추론하는 것은 사후 추론에 따라 외연을 확장하는 것으로 대법원 법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애초 문제가 된 발언에는 ‘골프’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지만, 검찰이 의미를 확장해 더한 다음 기소했다는 취지다.

아울러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는 “공표 사실 전체를 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다소 과장이 있거나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협박’이라는 발언이 사실 여부가 아닌 이 대표의 의견이었단 취지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 재판부의 김 전 처장 발언에 대한 판단을 놓고서는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A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보면 김 전 처장 발언에 대해 ‘해외 골프’라는 단어가 없었지만, 각종 의혹들이 불거진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의미를 부여해 이 발언이 허위라고 기소한 것”이라며 “재판부는 검찰이 없었던 발언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다음 기소한 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B변호사도 “이 대표가 김 전 차장 발언 가운데 각종 의혹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김 전 차장을 모른다고 한 것인지는 전적으로 ‘마음의 목소리’(내심의 의사)”라며 “재판부에 따라 이 내심의 의사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 지 다를 수 있고,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이를 엄격하게 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토부 협박 발언을 재판부가 ‘의견’으로 본 부분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C변호사는 “협박이 의견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협박은 실제 협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사실의 영역”이라며 “만일 ‘국토부의 협박에 따라 용도변경을 했다’라는 말이 의견이라면 지금까지 있었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각종 명예훼손 사건의 결과가 모두 부정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명예훼손 사건에서 내가 누군가에 협박을 받았다는 거짓을 이야기했다고 치자”며 “이 대표의 2심처럼 만일 이 협박이 의견에 불과하다면 앞으로 명예훼손 사건에서 협박은 더이상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B변호사도 “김 전 차장 발언은 유무죄가 갈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국토부 발언이 무죄로 나올지는 몰랐다”며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은 의견이 아닌 사실의 유무라고 보인다”고 했다.

반면, A변호사는 “상대방이 말한 것에 대해 주관에 따라 협박으로 느껴 발언하는 건 의견 표명으로 볼 수 있다”며 “대법원도 의견은 허위사실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법 판례를 따른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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