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비급여 본인부담 ''90%''…환자 부담 증가 초래
상급종합병원 못가는 환자들…"수련환경도 붕괴"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정부가 발표한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과 관련, 의료계가 중증도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완전한 시스템 개편은 결국 환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 이봉근 한양의대 정형외과학교실 교수. (사진=안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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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근 한양의대 정형외과학교실 교수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정부가 추진 중인 관리급여 제도 도입에 대해 “환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필수의료 접근성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리급여는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개선안의 핵심으로 이용 횟수가 많은 경증 비급여 의료 행위에 대해 환 본인부담율을 90% 이상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이 교수는 현행 경증·중증 분류체계의 한계와 불완전함으로 인해 관리급여가 환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태가 중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가 경증으로 분류돼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행 중증 분류체계는 상급종합병원 평가를 위해 개발된 것으로 상급종합병원 시행률이 높은 질환으로 선정됐기 때문에 환자의 전신 상태가 중증 여부 판단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분류법으로 인해 외상·골절·발달장애·치매 등 다양한 질환들이 대부분 경증으로 분류되고 있다. 복합 질환과 환자 상태 등을 세심히 헤아리는 중증 분류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관리급여 도입 등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수련체계가 고장이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불완전한 중증 분류 체계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일변도 환자 치료에 몰두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내 전공의가 제대로 된 수련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정형외과 교수이자 의사이지만 지금 병원 내에서 중증 환자를 보지 못해 수술실을 다 뺏겼다”면서 “△정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치과 △재활의학과 같은 경증 빈도가 높은 진료과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거의 지금 소멸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가 없어 더는 수련교육을 감당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결국 이러한 제도 개편은 환자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환자 입장에서 시스템을 다시금 설계하고 의료개혁 특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급진적인 변화들을 환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수정하고 개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장성환 변호사(법무법인 담헌)는 “정부안의 ‘치료 목적 의료행위’가 의학적 관점에서 판단된 것이 아니라 보험사 입장에 치우치는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과잉의 기준에서 사후적으로 분쟁조정기준에 지급 조건을 추가하는 것은 보험소비자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며 “의료전문가의 충분한 자문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