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10~14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라위크 2025’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세라위크는 세계 최대 에너지 행사로 정 수석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정유, 석유 등 유수 에너지 기업과 협력 기회 모색에 나설 전망이다. HD현대(267250)는 HD현대오일뱅크 등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전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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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미국 테라파워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확대 협약을 체결했다. HD현대는 지난해 12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주기기까지 확대하고 글로벌로 공급망을 확대하는 것이 이번 협약의 골자다. HD현대는 기후 위기 시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SMR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SMR 시장은 2022년 57억달러에서 2030년 6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7일 한미 조선 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찾았다. 해군사관학교 생도들과의 환담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자율운항, 디지털 첨단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세계 최정상급 이지스 구축함을 5척 건조해 해군에 성공적으로 인도, 국가 안보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HD현대는 미국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함정 건조 사업까지도 넘보고 있다. 우선 올해 2~3척의 미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은 그동안 연안 항구를 오가는 민간 선박은 자국 내에서만 건조하도록 하거나 미국 군함을 자국 조선소에서만 건조하게 하는 법(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을 도입해 자국 조선업을 보호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미 해군 군함 건조를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하는 ‘해군준비태세 보장법’ 등이 발의되며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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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HD현대는 미국 현지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내 조선업에 직접 투자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거나 선박 건조 분야 먼저 협력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업체인 한화오션의 경우 김동관 한화 부회장 결단으로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약 1450억원)에 인수해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확보했다.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와 해군, 육군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둔 미국 방산 AI 기업이다. AI 조선소는 HD현대와 팔란티어가 2021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미래형 조선소(FOS)’ 프로젝트와 연관됐다. FOS란 데이터, 가상증강현실, 로보틱스, 자동화, AI 등 디지털 기술이 구현된 미래형 첨단 조선소를 말한다. 양사는 AI 기반 방산 설루션이 한미 양국 안보 전략에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1년 만에 전격 승진한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트럼프 2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급변하는 글로벌 사업을 직접 챙기는 모습”이라며 “다만 한화처럼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확보하는 것은 금전적인 부담뿐 아니라 미국 정권 교체 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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