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승부를 속단하긴 이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월 임시 주총 당시에도 주총 개최 직전 ‘상호주 제한’이라는 승부수를 띄워 정기 주총까지 시간을 벌었다. 이번에도 최 회장 측은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는 등 중장기전에 대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승기를 쥔 MBK·영풍과 이에 맞선 최 회장 측의 묘수가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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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법원은 지난 7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MBK·영풍 측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최 회장 측이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활용해 영풍 지분을 취득하며 만든 ‘순환출자 고리’로 인한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이사 수 상한(19인) 제한 △액면분할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임시 주총에서 가결된 대부분의 안건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7인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사회 역시 기존대로 상한 설정이 없는 상태로 사실상 무제한 진입이 가능해졌다. MBK·영풍 연합은 최대 17인의 신규 이사를 진입시켜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정기 주총이 끝날 때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에도 법원의 ‘집중투표제를 적용한 이사 선임 불가’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온지 하루만에 손자회사를 활용한 순환 출자 전략을 기습적으로 시행했다. 이를 두고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임원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사례가 나온 전례없는 분쟁”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최 회장 측이 영풍에 도입 추진 중인 집중투표제가 변수라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 측은 지난달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과 현물 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 제안을 보냈다. 영풍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3%룰’에 따라 의결권에서 뒤지는 최 회장 측이 영풍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MBK·영풍 연합 역시 막판 뒤집기에 대비해 배수진을 치고 있다. 영풍은 지난 7일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 25.4% 전량을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YPC)에 현물출자했다. SMC의 지분 취득으로 인한 의결권 제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또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담보를 위해 임시의장 선임을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