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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불로 할리우드 스타 및 재력가들의 집이 타들어가 골조만 남거나 무너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가운데 여전히 꼿꼿하게 서 있는 하얀색 3층짜리 집 한 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주택은 변호사이자 폐기물 관리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스타이너 소유의 주택으로, 스타이너는 산불 소식을 접한 후 “집을 잃은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스타이너의 양 옆에 있던 집들은 골조만 남고 잔해가 널브러져 있는 사진이 전해지자 지인들의 연락이 이어졌다고 한다.
스타이너는 자신의 주택이 불타지 않은 이유로 콘크리트를 활용한 설계를 꼽았다. 그는 해당 주택을 화재는 물론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력한 구조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건물 지붕에는 방화재가 쓰였고 강한 파도에도 견디도록 암반 속 15m 깊이의 기반도 구축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스타이너는 이곳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방문할 때 머물기 위해 해당 주택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화재 소식을 들은 지인들로부터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며 “그럴 때 ‘나를 위해 기도하진 마세요, 나는 재산을 잃은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보금자리를 잃었거든요’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금자리를 잃은 분들께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소방용수가 고갈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미 소방당국이 최후의 수단으로 바닷물을 퍼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LA 카운티 소방당국은 12초에 약 6000리터의 물을 퍼올릴 수 있는 소방용 항공기 ‘슈퍼 스쿠퍼’ 2대로 태평양 바닷물을 퍼와 가장 피해가 심각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화재 진화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으로 일컬어진다. 소방 호스 등 장비가 바닷물로 인해 부식될 위험이 있고, 바닷물을 뿌린 토양에 소금이 많아지면 뿌리가 물을 흡수하기 어려워 식물이 자라기 힘든 터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산불이 잡힐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립기상청은 오는 15일까지 적색경보를 발령해 시속 70마일(113㎞/h)에 달하는 돌풍이 불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 기상학자 리치 톰슨은 AP 통신을 통해 “매우 강한 돌풍과 건조한 대기, 그리고 매우 마른 수풀로 인해 여전히 매우 위험한 화재 기상 조건이 지속될 것”이라며 14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LA 카운티 내 4건의 산불로 샌프란시스코보다 넓은 면적인 160㎢가 불에 타고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4명, 실종자는 16명이다. 1만 2000채 가량이 불에 탔고 그로 인해 1350억 달러(199조원)에서 1500억 달러(221조원) 사이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