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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만 1억, 권리금 한 푼 못 받았죠"…사장님들 '비명'

김세연 기자I 2025.03.19 16:05:07

중기중앙회,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 발표
소상공인 10곳 중 4곳 3년도 안돼 폐업
폐업 소상공인 86.7% “수익성 악화로 폐업”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내수 부진·인건비·배달앱 수수료 등 꼽혀
평균 부채액 1억236만원…폐업 평균 비용은 2188만원
폐업 시 정부 지원, 66.9%가 “몰라서 활용...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한창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을 인수했었습니다. 하지만 배달 애플리케이션 수수료는 높아만 가고 떡볶이 인기는 식어서 반년 만에 매출이 4분의 1로 줄더라고요. 창업 2년 반 만에 권리금도 못 받고 폐업했습니다.”(폐업 소상공인 정모씨)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황학동 주방 거리는 폐업하는 가게에서 저렴하게 들여온 중고 주방 설비를 싼값에 판매하는 곳이다.(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 10곳 중 4곳이 창업 3년도 안 돼 폐업한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수부진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이 폐업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가운데 배달앱 수수료 부담도 폐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에 따르면 폐업 소상공인 8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 3년 미만의 단기 폐업자 비율이 39.9%였다. 창업 후 폐업까지의 평균 영업기간은 6.5년이었다.

2021년 3월 한창 인기가 높아지는 떡볶이 프랜차이즈를 인수했던 정씨도 2년 반 만에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정씨가 인수한 떡볶이 프랜차이즈는 당시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노출되며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기 거품은 반년 만에 꺼져 월 1억원이던 매출은 6개월 만에 4분의 1로 줄었다. 이 와중에 배달플랫폼의 한집 배달·무료배달 경쟁으로 사업장에서 받을 수 있는 배달료는 없어지고 수수료는 높아졌다. 인수 초반 20% 수준이었던 마진율은 10% 수준으로 떨어져 권리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폐업하기로 결정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정씨처럼 매출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폐업의 가장 주된 이유로 꼽혔다.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 86.7%의 응답자가 폐업 사유(복수응답)로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을 이야기했다. 이어 △적성·가족 등 개인 사정(28.7%) △신규 사업 창업·준비(26.0%) △임대기간 만료·행정처분 등 불가피한 사유(21.8%) 순으로 조사됐다.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의 원인(복수응답)은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52.2%) △인건비 상승(49.4%)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부담 증가(46.0%) △임대료 등 고정비용 상승(44.6%)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배달앱·숙박앱 등 온라인 플랫폼사의 수수료·광고비 부담(35.6%)이 평균(16.3%) 대비 높게 나타나 온라인플랫폼의 비용 부담에 큰 애로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도 떡볶이 매장을 접은 후 숙박업으로 재창업했지만 수수료 부담 등으로 1년 반 만에 다시 폐업했다. 그는 “숙박업은 7월이 성수기인데 지난해 7월 매출이 6월보다 적었다. 내수가 계속 안 좋아지는 걸 체감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씨는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자본을 날릴까 재창업도 하지 못하고 5개월째 휴식 중이다.

또 다른 폐업 소상공인 A씨는 “제도적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아 경기 불황 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다”며 “국내외 사건·사고나 이슈가 터지면 그 피해는 정말 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폐업 시 소상공인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채도 적지 않았다. 폐업을 결심한 시점 기준 부채액은 평균 1억 236만원으로 나타났으며 평균 폐업비용도 2188만원에 달했다. 폐업 절차 진행 시 주된 애로 사항으로는 △폐업 후 생계유지 방안 마련(31.1%) △권리금 회수·업체 양도(24.3%) △대출금 상환(22.9%) 등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른 창업 후 폐업까지의 영업 기간.(자료=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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