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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매각으로 '위기 타개' 자신하는 홈플러스…시장 반응은 "글쎄"

한전진 기자I 2025.03.13 13:17:18

홈플러스, 6월 3일까지 회생 계획안 제출
점포 매각, 회생 방안 거론…자산 유동화 속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도 내세울 듯
시장선 "부동산 침체…점포 제값 받기 힘들 것"
"익스프레스도 마땅한 수요 기업 보이지 않아"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를 두고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4조 7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으로 향후 정상화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서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역시 수개월째 인수 후보군조차 나타나지 않아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사진=뉴스1)
1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오는 6월 3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구체적인 회생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채권자와 주주들이 관계인집회를 통해 계획안을 심사·가결하는 절차를 거친다. 계획안에는 금융부채 상환, 자산 매각 등 채무 변제 계획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점포 매각이 가장 유력한 회생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미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갚고 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총 16개의 점포를 매각 또는 폐점했다. 안산점·해운대점 등 알짜 매장까지 팔았다. 이를 통해 갚은 돈만 4조원 이상이다. 앞서 MBK는 2015년 9월 7조 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중 상당 부분이 인수금융 차입금이었다. 홈플러스가 풍전등화 상황인 만큼 점포 매각이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감정가 기준 4조 7000억원이다. 전국에 위치한 홈플러스 대형마트·슈퍼 점포 부지와 건물 등이다. 현재 홈플러스 점포 수는 126개로 대형마트 2위 규모다. 이마트가 131개, 롯데마트가 104개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10개 이상의 점포 매각이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 도심에 위치한 매장이라면 높은 땅값을 인정받아 재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빠른 매각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각 작업은 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잠시 중단된 상태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일시적으로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추진해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국내 SSM 시장 점유율은 20%다. 전국에 300여개의 매장이 있다. 근거리 쇼핑 수요 덕분에 여타 오프라인 유통 채널보다는 수익성이 높다는 매력이 있다.

이처럼 오프라인 자산 매각과 회생신청을 통한 금융 부채 경감으로 위기를 타개한다는 것이 홈플러스의 구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약 2조원의 금융 부채보다 부동산 자산이 많은 기업”이라며 “회생 절차로 금융채무 부담이 줄어들면 한 달에 1000억원 이상의 잉여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회생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선 우려의 시선이 많다. 부동산 침체에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다. 사실상 제값을 받기를 포기해야 한다. 특히 크기가 큰 대형마트는 마트 이외 용도로는 팔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매입에 관심을 둘 가능성도 적다. 타용도 매각을 위해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상권이 상당 부분 겹쳐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며 “외곽 지방에 있는 경우는 매각 자체가 하세월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4조 7000억원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매장을 팔아 재임차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통해 자산을 유동화해왔다. 홈플러스는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 왔다. 이는 부동산 감정가를 올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회생신청에 들어간 만큼 자산가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익스프레스, GS리테일(007070), 쿠팡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 지금까지 인수 후보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익스프레스 점포 대부분이 본사 관리비 지출이 높은 직영점인데다 홈플러스 노조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해서다. 노조는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MBK가 7000억~8000억원의 높은 매각가를 원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상화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4조 7000억원의 부동산 규모를 내세우지만 이는 회생신청 이전 가치로 봐야 한다”며 “롯데 기업도 부동산을 내놓는 상황에서 제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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