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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재용 만나 “삼성 잘 돼야”…대규모 정부 투자 필요성 강조

황병서 기자I 2025.03.20 14:56:35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서 첫 공식 회동
李 “삼성 경제성장 견인차 해달라…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돼”
친기업 행보 속 중도층 외연 확장 가속
‘청년 일자리’ 등 화두…반도체법·상법개정은 논의 안 해

[이데일리 황병서 김소연 기자]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되고, 삼성이 잘 돼야 투자한 사람들이 잘 삽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의 삼성 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싸피) 서울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강조하는 등 친기업 메시지를 내며 중도확장 행보를 이어갔다. 싸피는 삼성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CSR) 프로그램이다. 취업 준비생에게 소프트웨어 역량 향상과 교육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삼성 치켜세운 李 “삼성, 경제 견인차 역할 부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싸피) 서울캠퍼스에서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로비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 대표는 이날 기업 중요성을 강조하며 삼성을 치켜세웠다. 그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면서 “너무 잘하고 계시지만 최근 여러 가지 얘기들도 있어서, 삼성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이 함께 그 과실을 누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확실하게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모두를 위한 상생이 될 수 있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잘 해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싸피 운영과 관련해선 “요즘은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와 달라 청년들이 기회를 찾기가 어렵다”며 “(청년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삼성이 역량을 쏟아 열어주고 계신 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앞서 발언 기회를 얻은 이 회장은 “정말 바쁘신 일정에 이재명 대표가 싸피를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싸피는)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저희가 사회 공헌을 떠나 미래에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회장과 자리를 이동해 실제 싸피 교육생과 만남을 이어갔다. 여기서 최근 논란이 됐던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공공투자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AI(인공지능) 성장 정책’과 관련한 교육생 질문을 받고 “모든 국민이 AI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까지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면 안정성이 담보돼 있다는 전제 하에 이제는 정부도 직접 투자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 투자 일부를 공공영역에서 감당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겠느냐(고 본다)”고 전망했다.

◇ 친기업 행보 속 중도층 외연 확장 가속

이재명(왼쪽 다섯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왼쪽 첫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교육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반도체산업 고소득 연구직 노동자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해 달라는 재계의 요구 등 최근 정치권과 재계가 이견을 보였던 이슈는 공개 논의 석상에 오르지 않았다. 이날 두 사람 간 비공개 회담은 약 10분간 짧게 진행됐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 이 회장이 환담은 나눴지만 공개된 인사말을 제외하고 10분 정도”라면서 “반도체 특별법이나 상법 개정안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회장은 이날 비공개 회담에서 코로나19 대응 당시 한 중소기업을 도와 최소 잔여형(LSD) 주사기 공정을 개선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변화한 통상환경과 관세정책에 대응해 기업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해 공공외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 회장도 공공외교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이 회장과 만난 것은 중도층 공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최근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며 경제 정책 행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도와 실용 노선을 방점으로 ‘경제 리더’ 이미지를 내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현대차 아산공장 방문 당시에는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5일에는 민주당 대표로는 10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과 만나 민생경제 간담회를 하는 등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주말인 22일에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와 ‘AI 발전과 인류의 대응’을 주제로 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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