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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SE는 폭스바겐 오너 일가인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이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지주회사다. 폭스바겐의 지분 53.3%, 포르쉐 AG의 지분 25% 외에도 10개 이상 자동차 관련 기업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포르쉐SE는 배당 소득을 다양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위 기업와 인프라 회사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투자금은 현재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20억유로로 제한하고, 외부에서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루츠 메쉬케 포르쉐SE 투자담당 이사는 “새로운 투자는 배당금에 기여하기 위해 재정적 수익을 창출해야 하며 폭스바겐과 포르쉐 AG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2월에도 “국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방위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사업 확장 계획은 독일이 최근 헌법상 부채브레이크 조항을 완화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독일 상원(참사원)은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인프라·국방 투자를 위한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3표, 반대·기권 16표로 가결했다. 개정 기본법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공포하면 최종 확정된다.
이 법안은 12년 동안 5000억유로 규모의 특별 자금을 국가 인프라 현대화에 투자하고 국방력 강화를 위해 헌법 상 차입 제한을 완화해 무제한적인 국방 지출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 개정에 따라 독일 연방정부는 연간 신규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0.35%로 제한한 부채한도 규정과 무관하게 연방정부가 인프라 특별기금 5000억유로를 조성할 수 있게 된다. 국방비도 GDP의 1%를 초과하면 부채한도 예외를 적용하기로 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다. 시장에선 독일이 이번 조치로 재무장을 가속화하며 수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포르쉐SE의 방위사업 확장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어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일 내 국방 투자가 향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스 디터 푀치 포르쉐SE 회장은 “우리는 핵심 투자에 대한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 번째 핵심 투자(방위산업)로 폭스바겐과 포르쉐AG의 배당금 감소를 만회하는 게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포르쉐SE의 방위사업체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드론 제조업체인 퀀텀 시스템즈에 수백 유로를 투자했다. 폭스바겐의 트럭 제조 자회사인 만도도 군사용 트럭을 만드는 라인메탈과 합작 투자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방위사업 확장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폭스바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차량을 생산, 나치 정권에 부역한 ‘전범기업’이라는 흑역사가 있어서다.
메쉬케 이사는 “무기 제조업체들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보호하는 게 매우 중요하며 여기에는 ‘유럽의 주권과 독립’도 포함된다”면서 포르쉐 SE의 이 부문 투자 확대 계획에 대해 “도덕적 저항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