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에서 1700만원, 시설·병원에서 3100만원을 넘어선 가운데 보건의료비보다 돌봄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치매환자 가족 모두 돌봄 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 경제적 부담을 1순위로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치매 관련 유병률과 위험 요인 등을 분석하는 치매역학조사와 치매 환자 가족의 돌봄 수준,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을 조사하는 치매실태조사는 그간 개별 실시돼오다가 올해 처음 연계됐다. 먼저 치매역학조사를 통해 60세 이상 인구 중 치매환자를 선별한 후, 치매실태조사를 통해 환자와 그 가족에게 치매로 인한 질병 부담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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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치매 환자 수의 비율은 9.25%로 2016년(9.5%)과 비교해 0.25%포인트 감소했다. 치매 유병율이 소폭 줄어든 건 2020년부터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가 노년기에 진입하면서 65세 이상 인구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복지부의 분석이다. 노인의 고등학교 졸업 비율이 5년 새 14.6%포인트 상승하는 등 노년기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음주·흡연 등 건강행태의 개선과 함께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 감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됐다.
반면 치매는 아니지만 기억력, 언어능력 등이 저하돼 있는 경도인지장애의 유병률은 6.17% 증가한 28.42%로 집계됐다. 치매 조기진단 활성화로 조기진단이 가능해진 데다가, 노인이 더 건강해지면서 치매로의 진행이 늦춰진 게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을 높인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올해 예상되는 치매환자 수는 97만명으로, 내년 100만명을 넘어서 2044년에는 2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나, 2016년 예측치와 비교하면 증가 속도는 비교적 완만해졌다. 경도인지장애진단자는 올해 298만명에서 2033년에는 408만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성별로 보면 여전히 남성(8.85%)보다는 여성(9.57%)의 치매 유병률이 높았으나 남성은 건강 문제로 유병률이 증가하는 반면, 여성은 교육 수준 향상으로 유병률이 감소하면서 격차는 점차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75세 이상부터 유병률(10.7%)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 외에도 △농어촌 △독거가구 △낮은 교육수준 등의 집단이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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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치매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 거주 시 1733만 9000원, 시설·병원 거주 시 3138만 2000원으로 집계됐다. 세부 내역을 보면 지역사회와 시설·병원 모두에서 보건의료비(438만 2000원, 1489만 1000원)보다 돌봄비(1162만 2000원, 1533만 1000만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이는 중증도와 비례해 증가했다.
지역사회 치매환자 가족의 절반에 가까운 45.8%가 돌봄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환자와 동거하지 않는 비동거가족의 경우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18시간이며, 외부서비스는 주당 평균 10시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시설에 들어가기 전 가족이 치매환자를 직접 돌보는 기간은 27.3개월로 2년을 살짝 넘긴 수준이었다. 가족구성원도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해야 하는 만큼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게 어렵다는 점(27.2%)와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면서 가족들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점(25%) 등이 돌봄을 중단할 수밖에 없던 주요 사유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치매 조기발견과 초기 집중관리를 위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치매환자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취지에서 돌봄 필요도가 높은 중증 수급자(1·2등급)의 재가급여 월 한도액은 시설입소자 월 한도액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을 추진한다. 현재 400개소 수준인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 전담실을 확대하고, 보호자의 긴급 상황 시 생기는 돌봄 공백을 메울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치매환자의 절대적 숫자는 고령화에 따라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미 장기요양제도와 각종 지역사회 돌봄이 시행되고 있으나 치매환자 가족들이 느끼는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게 드러난 만큼, 향후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 수립 과정에서 치매환자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는 대책들을 추가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