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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강남 역차별’, ‘성적의 공정성’, ‘한은 총재의 월권’ 등의 논란을 일으켰던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14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 참석해서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한은이 작년 8월에 발표한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제안한 대학 학생 선발 방식이다. 대학이 입학생을 선발할 때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자는 내용이다. 2002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제안했던 ‘지역 할당제’와 비슷하다. 한은 보고서에서는 현 제도하에서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환경 등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경쟁 과열을 조장해 부모와 자녀에 모두 큰 스트레스이면서 서울 쏠림을 부추기고, 교육을 통한 사회 이동성을 제약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해당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이 총재는 “대학에서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는 것이 공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관련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한은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제안 이후 통화정책의 수장인 한은 총재가 대학 입시제도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 총재는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수도권 및 서울 쏠림 현상이나 강남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과도한 특정 지역 쏠림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은 경제 구조를 왜곡시켜 경제정책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는 논리다. 또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은에서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화두를 던져줄 필요가 있다는 것도 그의 생각이다.
이번 행사에 함께 참석한 김용 전 세계은행(WB)총재도 이 총재의 제안을 지지했다. 김 전 총재는 “어렸을 때부처 굉장히 반항심이 컸기 때문에 한국에서 대학을 갔다면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합쳐서 부르는 말)에 못 갔을 것”이라며 “(성적이라는) 단일한 방식으로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이어 “세계의 문제와 도전에 부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내야 하다”면서 “이창용 총재의 말을 중앙총재가 하지 못할 이야기라고 하지 말고 귀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