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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과 가까이” “전세자금 마련해야”…결혼조건 1순위 보니

이지현 기자I 2025.04.14 11:12:24

인구협회 ‘국민인구행태조사 발표
남·녀 유 직업 가사 참여 중시
미혼여성 “육아보다 일 더 중요”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여성들이 결혼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건과 미혼 남성이 배우자에게 희망하는 조건 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댁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조건 견해차는 17.2%포인트나 났다.

(사진=게티이미지)
◇ 미혼남녀도 ‘동상이몽’


14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공개한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에 따르면 결혼 의향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않은 비율은 미혼남성이 41.5%, 미혼여성이 55.4%로 집계됐다. ‘아직 결정하지 못함’이라고 답변한 여성은 28.8%, 남성은 23.5%였다. 문제는 ‘결혼의향 없음’이라는 여성 답변이 26.6%로 남성(18%)보다 크게 높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 미혼여성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19.5%), △독신생활이 좋아서(17.0%)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15.5%) 순으로 응답했다. 미혼남성은 △결혼 생활의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서(25.4%) △독신생활이 좋아서(19.3%)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12.9%) 등을 꼽았다. 결혼이 더는 필수적인 선택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이나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혼여성이 희망하는 남성의 조건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95.4%) △육아·가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93.5%) △소득이 충분해야 한다(91.2%) 등을 복수로 꼽았다. 반면, 미혼남성이 희망하는 여성의 조건은 △육아·가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97.3%) △직업을 가져야 한다(82.9%) △소득이 충분해야 한다(70.4%) 등이었다.

내가 스스로 기대하는 조건과 상대방이 나에게 기대하는 조건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미혼남성의 자신이 갖춰야 할 조건 대비 여성이 희망하는 남성 조건이 더 높은 항목은 ‘전세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6.5%포인트)’,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져야 함(6.4%포인트)’, ‘정규직이어야 한다(3.2%포인트)’로 나타났다. 반대로, 미혼여성의 갖춰야 할 조건 대비 남성이 희망하는 여성 조건이 높은 항목은 ‘시댁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17.2%포인트)’, ‘육아·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10.7%포인트)’ 등이었다.

미혼여성(40.9%)의 출산의향 비율은 미혼남성(58.4%)보다 17.5%포인트 낮았다. 출산을 망설이는 주요 이유로 미혼여성은 ‘태어난 자녀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23.6%)’, 미혼남성은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34.1%)’이라고 응답했다.

女 가장 중요한 건…미혼 ‘일’ 기혼 ‘육아’

‘양육과 일 중 삶에서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묻자, 대부분의 인구집단(기혼여성 60.4%, 기혼남성 57.9%, 미혼남성 52.9%, 미혼여성 49.6%)에서 ‘양육’이 ‘일’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미혼여성은 근소한 차이로 ‘일’(50.4%)을 더 중시한 유일한 집단으로 나타났다. 기혼여성은 전체 집단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양육’(60.4%)을 중시했다.

연구를 진행한 인구연구소는 “미혼여성이 ‘일’을 더 중시하는 경향은 근소한 차이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변화와 정책 개선에 따라 ‘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혼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경력 발전 및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혼남녀 모두 육아휴직 사용 기간 ‘1년 이상(남성 43%, 여성 37.9%)’을 가장 선호했다. 이들 모두 ‘영유아 돌봄 시기 유연근무제 사용을 희망(여성 94.5%, 남성 90.8%) 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재택근무’(남성 35.1%, 여성 29.4%)와 ‘시간 선택제’(남성 33.6%, 여성 39.2%)를 선호했다. 특히 여성은 ‘시간선택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쉽다’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기혼여성(69.0%)보다 기혼남성(54.4%)의 동의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여성에 비해 육아 관련 제도 활용이 어려운 직장 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하는 모든 부모에게 육아휴직 및 출산전·후 휴가 등을 확대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기혼남녀 모두(남성 95.7%, 여성 98.9%) 높은 동의를 보였다.

이 조사는 전국 거주 만 20~44세 미혼, 기혼 남녀 각 500명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결혼·출산·양육 가치관과 일·가정 양립 행태에 대한 변화와 요구를 살펴보기 위해 전화면접조사로 실시됐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남녀 모두가 결혼과 출산이 패널티가 아닌, 베네핏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혼남녀의 경우 전통 규범과 새로운 가치관이 혼재되어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저출생 대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폭넓게 활용돼 정책 마련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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