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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국문화원에서 ‘영어로 하는 회의(Meetings in English)’라는 수업을 들을 때 강사가 강조한 말이다. 영국문화원에는 다양한 영어 수업이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프로그램과 경험이 많은 강사들이 있다. 내가 참석한 수업에서는 처음에는 회의에서 사용하는 기본 표현들을 배우고 후반에는 롤-플레잉(Role-Playing) 방식으로 실제 토론을 했다. 가상의 주제를 정하고 수강생 A는 큰 목소리로 자기 말만 하는 사람, B는 항상 반대만 하는 사람, C는 외부 전문가 등 각자 다른 역할을 번갈아가며 맡았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끊는 방법과 반대로 내 말을 끊는 상대방에게 단호하게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라”고 말하며 발언을 이어가는 것을 연습하였는데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처음에 외국계 회사에서 회의 때 오가는 거칠고 직선적인 말투 때문에 힘들었다. 특히 상대방이 멈추지 않고 계속 자기 주장을 이어갈 때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말할 기회를 찾기도 어려웠고 어쩌다 한마디 입을 열다가도 상대방이 반박을 시작하면 습관적으로 내 말을 멈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끝까지 듣는 것이 예의바른 것이고 미덕이라고 교육받았는데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는 나는 의견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상대방의 뜻대로 결론이 날 상황이었다. 영어 수업에 상대방 말 끊기가 있는 것을 보고 이런 문제가 문화적 차이가 있는 곳에서는 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외국계나 국내 기업을 가릴 것 없이 여러 부서가 모인 회의는 주제에 따라 분위기가 치열한 경우가 많다. 잘못의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의 책임인지 따지는 회의에서 마냥 다른 부서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름답게 양보만 할 수는 없다. 밀릴 수 없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특히 외국계의 매트릭스 조직에서는 내가 속한 부서의 입장을 고집하는 경향이 더욱 강하다. 내 선에서 양보하면 내가 비난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결론을 내지 않고 해당 이슈가 부서별 보고라인을 따라 올라가서 해외의 윗사람들이 개입해 해결하도록 넘기기도 한다.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 어느 부서의 소관인가를 결정하는 회의도 힘든 자리다. 내가 부서장으로서 다른 부서와 이런 회의를 하면 부서 직원들의 눈을 의식하게 된다. 만약 회의 결과로 부당하게 우리 부서가 새로운 일을 떠맡게 되면 직원들이 ‘우리 부서장이 힘이 없고 싸움을 못해서 일거리가 늘어났다’고 불평하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문화에 적응하고 회의에서 내 주장을 관철시키는 나만의 방식도 생겼다. 또 회의 자리에서 토론으로 결론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회의 전후로 다양한 소통을 통해 좀 더 부드럽게 문제를 다루는 방법도 익혔다. 캐나다에서 온 한국 지사장은 나에게 “너는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인다. 그래서는 안된다, 맞서야 한다. 상대방의 북미식 공격적인 표현을 가슴에 담지 마라. 안받아들이면 그만이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비슷한 고민을 나누었던 동료 임원 한 분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상대방이 부서 입장 때문에 말은 거칠게 하지만 사실 생각은 합리적으로 하고 있을 거야.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부서 이기주의를 양보하고 공통의 이해관계를 찾을 수 있을 거야’고 수십 번 되뇌인다고 했다.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는 방식이었다.
처음 임용된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하다가 금방 목이 쉬거나 뜻대로 잘되지 않아 지쳐 번아웃되기도 하는데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은 큰소리로 혼내고 화도 내지만 마음은 평정을 유지한다고 한다. 직장생활도 회사 일을 성심성의껏 하면서도 상대방의 거친 태도를 너무 진심으로 받아들여 상처받지 않도록 요령을 익히고 마음 훈련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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