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회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KGM 익스피리언스센터 강남에서 해외 딜러 초청 시승 행사를 개최한 뒤 기자들과 만나 “40년 간 여러 사업을 해 봤지만 자동차가 가장 어려웠다”며 “직원들과 협심해 노력한 끝에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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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호실적의 바탕은 해외 판매 증가다. 튀르키예와 헝가리, 폴란드, 독일, 노르웨이 등 현지 딜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직접 챙긴 것도 그 이유다. 곽 회장은 “계속 신차를 공급해서 해외 딜러들에게 우리 회사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몇 년 더 보여줘야 한다”며 “한 나라에서 1만대를 팔기보다 1000대씩 열 개 나라에서 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곽재선 화장과의 일문일답.
-오늘 보니 무쏘 EV 디자인이 예쁘던데요.
△감사합니다. 픽업 트럭이 용달차, 짐차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아서 그걸 바꿔 보자는게 무쏘 EV 개발 목적이었습니다. ‘렉스턴 스포츠 칸’ 같은 차도 저희에게 있지만 주로 사업용으로 쓰이지요. 픽업의 장점에 승용차의 고급 사양을 적용시키면서 디자인까지 중시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흥미 갖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엔 기획 단계에서 내부 의견이 갈리긴 했습니다. 고객들이 픽업을 승용차처럼 생각하고 살까. 고급 사양을 적용하면 가격이 비싸지고, 저렴하게 만들면 일반 픽업처럼 되니까요. 안 해본 걸 해 보자, 우리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해서 출시하게 됐지요. 외국 영화에서 보면 시내에서도 픽업을 많이 타잖아요.
-오늘 해외 딜러들이 많이 왔던데 KGM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쌍용차에서) KGM으로 바뀌고 예전보다 신차 출시가 빨라졌다고들 합니다. 쌍용차 시기엔 십 여년 동안 같은 차를 갖고 팔았잖아요. 저희는 현지 직영 체제인 현대차·기아와 달리 딜러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지 딜러들과 소통에 많은 공을 들였지요. 여러 브랜드를 판매하는 딜러들에게 KGM은 ‘원 오브 뎀(여럿 중 하나)’이고 저희 차가 안 나와도 영업에 지장이 없어요. 작년, 재작년 제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전시장에 차를 좀 놓아달라 부탁했고, 회장이란 사람이 와서 사정하니 그래도 잘 풀리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 딜러는 우리 차만 팔기도 하고요. 실제 튀르키예에선 우리 전기차가 현대차·기아를 거의 앞지를 정도로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2~3년에 한 번씩 부도가 나고 주인이 계속 바뀌니까 딜러들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회사라 보지 않고 쌍용차에 열정을 안 가졌던 겁니다. 계속 신차를 공급해서 우리 회사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몇 년 더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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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40년간 중소, 중견기업을 거치며 수많은 사업을 해 봤는데 자동차가 제일 어렵습니다. KGM이 71년 된 회사인데 제가 7번째 회장이더라고요. 직원들에게 ‘8대 회장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리가 물에 떠 있지만 밑에서는 열심히 발을 젓고 있는 것처럼 현상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B2B, B2C가 ‘반 반’ 씩인데 각각의 시차가 다르다는 점이 어렵습니다. 3년 전에 부품, 생산 등 B2B를 확정해 놓고 3년 뒤 B2C로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노란 셔츠가 3년 뒤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 1만장을 준비해 놓고 3년 뒤 그 트렌드가 맞아야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10만대를 준비해 놓았는데 3년 뒤 5만대밖에 안 팔려도 문제고, 5만대를 준비했는데 10만대 주문이 몰려와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연 300만대 이상 판매해야 완성차 사업 유지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는 겁니다. 여러 제품을 갖고 있으면 계산이 맞지 않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노조 직원들이 과격해서 회사가 망한 게 아니라 10만대, 20만대밖에 못 만드는 구조에선 계속 위기가 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시장 한 곳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넓은 시장에 다양하게 팔아야 삽니다. 한 나라에서 1만대를 팔기보다 1000대씩 열 개 나라에서 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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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원들이 해내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완성차 산업은 모든 과정에서 하나만 삐끗해도 ‘제로’가 됩니다. 과정의 99%를 잘해선 안 되고 100%를 잘 해 내야 합니다. 완성품이 나오고 판매하기까지 수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게 부품 조달일 수도 있고, 생산 과정일 수도 있고, 판로일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다는 정신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차가 안 팔리면 만들어 놓고 팝니다. 부품이 없으면 공장까지 직접 가서 구하고 있지요. 지금까지 (쌍용차의) 제조 과정에서 좋지 않은 부분이 50%였다면 그걸 20% 정도로 줄인 것 같아요. 이런 게 비용 절감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여러 해외 시장을 개척해 2021년 2만 8000대였던 수출량이 작년에 6만 2000대로 늘었습니다. 올해도 수출 포지션을 높게 가져가려 합니다.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은 없습니까.
△당장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미국 시장에 맞는 사양으로 스펙을 바꾸려면 자금이 많이 들어기가도 하지만 미국은 덩치 큰 회사들이 모이는 정글 같은 시장입니다. 그곳에서 에너지를 쓸 바에는 덩치 작은 플레이어들이 경쟁하는 곳이 우리에겐 맞습니다. 재작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님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뵙고 “큰 물에선 현대차그룹이 물고기를 잡으시고 작은 물에선 우리가 잡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피지, 폴리네시아, 말리 같은 나라에서는 우리 차가 한 달에 4~5대 정도 팔립니다. 그 나라에선 KGM이 굉장히 좋은 차인데, 작은 시장이니 현대차그룹이 신경 쓰기 어렵잖아요. 우리는 ‘낙숫물’을 받는 게 실속이 있고,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전체로 봐도 이런 방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시장 재진출 및 사우디 반조립 공장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지금 법적으로 (러시아 진출이) 안 되게 돼 있다는 것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인근 카자흐스탄에 수출 중이고요. 사우디는 현지 파트너가 영 진전을 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뒤로 미루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플랜 B를 생각중입니다.
-비야디, 체리자동차 등 중국 회사들과 협력을 강화 중인데요.
△중국 회사 말고 현대차그룹, 제너럴모터스(GM)과도 다 협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차 시장에서는 혼자서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다면 어느 나라 회사든 기술과 부품을 다 공유해야 합니다. 연초 ‘CES’에 가서도 현대모비스와 회의를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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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희 KG스틸은 철강 관세 25%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배는 우리 제품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가고 있는데 도착하면서부터 관세 25%를 적용받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치가 먼저 이뤄지고 경제가 후행했는데 경제 지형이 국제 교역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각 나라가 가진 이념보다 이해관계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오늘(11일) 보니 우리 정부가 시리아와 수교를 맺었던데, 과거 동맹이 아니라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게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인의 필요성이 전보다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듯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대인데 어떤 자세로 임하고 계시는지요.
△저는 지금 우리 회사 살리기에 바쁘고 제 할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룹엔 법정관리를 거친 회사들, 즉 환자들이 많습니다. 당장 환자를 고치는 게 제가 할 일입니다. 요새 저는 총력을 다해 전기버스 제조사 ‘KGM커머셜(옛 에디슨모터스)’를 고치고 있습니다. 올해 아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 같아요. 국민건강 증진은 관련 부처의 몫이고 의사는 눈 앞 수술대에 놓인 환자만 생각합니다. 다만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여유가 없습니다. 회사 인수를 더 안 하겠다고 했었는데 집에서 쫓겨날 것 같습니다(좌중 웃음). 요새 누가 환자를 데리고 오면 ‘아직 수술 중이다, 환자 받지 말라’고 거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