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 트럼프 관세 앞두고 미국행 선적 급증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 유럽 등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핵심 부품 등을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AFP)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연합(EU)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차량 선적이 전년 동월대비 22% 증가했다. 일본에서 미국으로의 선적은 14%, 한국에서 북미로의 선적은 15% 각각 확대했다. FT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평소보다 수천대 더 많은 차량을 미국으로 운반할 계획이라고 짚었다.

주요 자동차 운송업체인 노르웨이 해운회사 왈레니우스 윌헬름센의 라세 크리스토퍼센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아시아에서 나오는 물량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물량을 넘어섰다”면서 “자동차 운반선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증가폭은 더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운반선을 모니터링하는 플랫폼 에스기언(Esgian)의 스티언 옴리 수석 부사장도 “유럽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선박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곧 동아시아에서도 증가하는 것이 보일 것”이라며 “많은 자동차 운송업체가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보고하고 있는데, 여정을 완료해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달 2일 상호관세 및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함에 따라,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무관세 혜택이 종료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부품 또는 완제품을 미국으로 옮겨두려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대미 수출은 상호 무역협정에 따라 완제품이 무관세인 경우 직접 수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체 공급망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부품을 생산한 뒤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거나 무관세인 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조립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달 2일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유예가 종료하는 날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차·기아는 관련 언급을 거부했지만 “시장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운송 계획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한 임원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에서 미국으로 더 많은 차량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혼다 자동차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선적을 앞당겼다. 다국적 제조업체인 스탤란티스는 캐나다·멕시코에서 유예기간 동안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재고 역시 미국 공장으로 서둘러 옮기고 있다. 이들 업체에 부품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모든 업체들이 미국으로의 차량 또는 부품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 토요타 자동차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국제자동차딜러협회의 코디 러스크 회장은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재고를 운송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앞으로 관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느 기업에 적용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다”며 “각 국가가 다르게 대우받을 것인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센 CEO도 “더 큰 문제는 관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동차 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매우 불확실하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