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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에 받아라"…토허제 재지정 앞두고 가계대출 ‘급증’

최정훈 기자I 2025.03.23 16:49:44

토허제 해제 후 3월 중순 주담대 1.3조원 급증…대출 시장 요동
가계대출 20일 만에 1.5조 증가… "24일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
신용대출도 흔들…주담대 부족한 차주들, 추가 자금 마련 나서나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영향으로 이달 중순 들어 1조 3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가 집값 급등세로 인해 토허제를 재지정해 24일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736조 7519억원에서, 이달 13일 737조 868억원으로 3349억원 증가했다. 또 20일엔 738조 3361억원으로 다시 1조 2493억원이 추가로 증가했다. 불과 20일 만에 가계대출 잔액이 약 1조 5842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주담대 잔액은 2월 말 583조 3607억원에서 13일 583조 1673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이후 20일까지 584조 5026억원으로 1조 3353억원이 급증했다.

금융권에선 이같은 주담대 증가세가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강남·송파·서초구 주요 지역의 토허제를 해제했다. 토허제는 일정 면적 이상의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허가 후 일정 기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등 투자 목적의 거래를 제한하는 기능을 해왔다. 토허제 해제로 투자 목적의 부동산 거래가 다시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대출수요도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주담대는 일반적으로 신청 후 실제 대출 실행까지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이에 3월 중순 이후의 대출 급증은 2월 말 토허제 해제 이후 거래가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세로 인해 24일부터 강남·송파·서초·용산구 주요 지역의 토허제를 확대 재시행하면서, 대출을 활용한 거래는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24일 시행 전에 부동산 매입을 서두르는 움직임이 증가하며, 대출 쏠림 현상도 이달 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토허제 재시행 소식이 알려진 후, 대출 신청 건수가 단기간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24일 이전까지 대출 실행을 완료하려는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허제 재시행은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 증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담대 한도가 부족한 차주들이 신용대출을 통해 일부 자금을 보완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2월 말 101조 9589억원에서 13일 102조 4769억원으로 5180억원 증가한 후, 20일에는 102조 2844억원으로 다소 감소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부는 DTI(총부채상환비율) 및 LTV(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었으나, 대출 증가세가 과도하게 나타나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토허제 시행으로 은행권은 이달 말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에 나섰다. 우리은행이 28일부터 서울 강남·서초·송파와 용산 소재 주택 구입 목적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서울지역에 한해 ‘유주택자의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및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 농협은행도 정부 발표에 앞서 가장 먼저 서울지역 한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대출 증가세는 규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아 토허제 재지정 이후 부동산 시장이 다시 위축되면, 4월부터는 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정부가 추가 규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시장의 투자 심리가 유지되면서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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