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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경쟁력, 새 기술과 기존 자산 연결에 있다[이수정의 IT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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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10.19 0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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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한국IBM 사장

[이수정 한국IBM 사장] 우리는 늘 새로운 기술에 주목한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른 IT 산업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곧 미래의 방향을 가리키는 신호처럼 받아 들여진다.

AI시대 경쟁력, 새 기술과 기존 자산 연결에 있다[이수정의 IT세상]
지난 4년여 간 인공지능(AI)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동안에도 관심의 중심은 빠르게 이동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에서 스스로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워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 이제는 인간과 유사한 범용적 지적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뜻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의 가능성까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 보면, 기업의 미래가 매일 새롭게 쓰이는 듯 하다. 어제의 혁신은 오늘의 일상이 되고, 아침의 최첨단 기술은 내일이면 새로운 기술에 자리를 내어준다. AI가 사람의 역할을 어디까지 대신할 것인지, 일하는 방식은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와 기업이 변화하는 속도는 같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제는 AI를 넘어 다음 단계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기술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AI도입을 시작하는 단계에 머물거나 일부 업무에만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기업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기업에는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 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바꿀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것을 바꾸는 것이 반드시 더 나은 선택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혁신을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의 ‘교체’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의 관점에서 혁신은 단순한 교체가 아니다. 오랜 시간 핵심 업무를 뒷받침하며 가치를 증명해 온 시스템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 안정성과 연속성이 중요한 업무와 실험과 변화가 필요한 업무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의 나이가 아니라, 그 기술이 해결하는 문제와 만들어내는 가치다. 최신 기술인지 기존기술인지, 클라우드인지 기업이 직접 관리하는 환경인지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업무특성과 요구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고, 각 기술의 강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의 AI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지, 얼마나 많은 파일럿을 진행했는지를 넘어 어디에 어떤 기술을 적용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고민 해야 한다. 기존 자산을 무조건 걷어내고 새로운 기술로 대체하는 대신, 이미 잘 작동하는 시스템과 새로운 AI기술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에이전틱 AI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AI는 이제 질문에 답하거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목표에 따라 작업을 계획하고 도구를 활용해 실제 과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AI 자체의 성능만이 아니다. AI가 기업의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되고 실제 운영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느냐가 성과를 좌우한다.

최근 IBM이 AI 기반 개발 플랫폼 IBM 밥(IBM Bob)을 기업이 직접 관리하는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한 것이 이 흐름의 한 사례다. 주목할 점은 특정 인프라나 구축 방식이 아니다. 기업이 오랜 시간 운영해 온 환경을 포기하지 않고도 최신 에이전틱 AI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기존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더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신 AI와 오랫동안 사용해 온 기업 IT 환경은 얼핏 서로 다른 시대의 기술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반드시 대체 관계일 필요가 없다. 기업이 축적해 온 시스템과 데이터, 업무 경험은 AI가 실제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기존 자산에 새로운 역량을 더할 때, 과거의 투자는 미래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가장 새로운 기술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 기술이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데이터와 시스템,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의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 기업이 가진 자산과 업무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최신 기술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야 가장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판단하는 역량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새로운 기술만을 무조건 좇는 것도, 익숙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이미 잘 작동하는 것의 가치는 살리고, 새로운 기술이 열어주는 가능성을 가장 적합한 곳에 연결해야 한다.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업에 필요한 것은 바로 기술을 바꾸는 속도만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판단력이다. 결국 혁신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며 무엇을 연결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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