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최근 흉기 난동이나 관계성 범죄 등 잇따라 발생하는 흉악범죄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범죄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경찰이 범죄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은 당연한 정론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경찰 내부의 화두는 범죄 예방보다는 수사 인력 확보였다. 10월에 개정한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불거진 경찰의 수사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였다. 여당과 경찰청 내부에는 경찰의 수사력 강화 대책 마련을 위한 TF도 꾸렸다.
정부는 수사력 강화를 위해 수사 담당 경찰관을 대거 늘렸다. 방법은 충원보다는 가장 쉬운 ‘내부 인력 조정’을 택했다. 2025년 이후 치안 및 순찰 등 업무를 맡던 비수사부서 경찰관이 수사부서로 전입한 규모는 6748명에 달했다.
문제는 수사 경찰을 늘릴수록 동네 치안 현장을 지키는 지구대와 파출소 등 지역경찰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2022년 지역경찰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인원(결원)은 17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7월 기준으로 이 숫자는 1992명까지 폭증했다.
교대 근무를 하는 지역경찰의 특성상 1~2명만 결원이 생겨도 즉각적인 대응력에 문제가 생긴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112 긴급신고 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2022년 5분 14초에서 올해 9월 5분 44초로 30초 늦어졌다. 여기에 거리에서 시민들의 눈에 보이는 경찰관의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사력 강화라는 정부의 기조가 범죄 예방 능력을 갉아먹은 셈이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시기부터 인천 흉기 난동, 역삼동 방화 사건, 송파 장모 살해 사건 등 굵직한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특별치안활동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지역경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임시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같은 문제는 장기적인 인력 수급 및 운용 계획 없이 여론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하는 정부의 행태에서 비롯된다. 경찰의 주 업무인 수사와 범죄 예방은 어느 것 하나 도외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밑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의 인사를 하다 보니 한쪽의 인원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이런 땜질식 인사의 반복은 경찰의 전문성과 사기 모두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경찰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경찰이 제공하는 수사·치안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최근 중앙부처와 경찰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찰 지휘부 회의가 수차례 열렸다.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수사기관장은 불참하는 게 관례였던 국무회의에 경찰청장이 참석하는 것도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단순히 정부 정책에 따라 인력을 이리저리 돌리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치안 수요를 고려한 증원을 포함해 인력 수급 계획을 추진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정부 역시 “경찰의 책임이 커진 시기”라는 이 대통령의 말처럼 정책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기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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