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누가 노인을 돌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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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6.03.04 05:00:00

최희정 웰에이징연구소 대표 기고
훌륭한 요양시설·주거도 사람 없인 적절한 운영 안돼
전문성 절실한 돌봄 노동
직무·경력·보상체계 재설계해 지속 가능한 안정성 갖춰야

[최희정 웰에이징연구소 대표]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돈도, 기술도 아니다. 바로 ‘사람’이다. 지난 칼럼에서 도시의 늙음과 생활권 기반 인프라의 중요성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그 도시 안에서 실질적인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의 문제’를 말하려 한다. 도시가 아무리 스마트해져도, 주택 모델을 아무리 혁신해도, 결국 노인의 일상을 지탱하는 것은 사람의 손과 눈, 그리고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구 구조는 2025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돌봄인력의 소진과 이직이다. 재가요양보호사, 시설 돌봄 종사자, 방문간호 인력 모두가 버티기 어려운 노동환경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 돌봄 노동은 종종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취급되지만 실제로는 높은 집중력, 감정 조율 능력, 의료·사회복지적 판단까지 요구되는 복합 전문직이다.

이 문제는 한국만의 특수성이 아니다. 일본은 이미 10년 넘게 인력 부족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으며 2040년에는 돌봄인력이 69만 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유럽 역시 고령화가 심한 국가일수록 ‘케어 워커 확보’가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인력 부족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이 더 심각하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돌봄은 시설·재가·주거·지역 모델 어느 형태든 마지막에는 반드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의료·요양·주거서비스가 아무리 정교하게 연계돼 있어도 현장에서 이를 수행할 사람이 없다면 서비스는 작동하지 않는다. 초고령사회에서 서비스의 품질은 결국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역량과 안정성, 지속성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돌봄인력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돌봄 노동은 단순·감정노동으로 축소돼 왔지만 이제는 의료·간호·사회복지·심리·주거관리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전문 영역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재전문화’(Re-professionalization)라고 부르며 단일 직무가 아닌 팀 기반(Co-care) 구조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의 S사는 휴먼테크(Human Tech) 모델을 통해 사람의 감각과 기술의 데이터를 결합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돌봄 품질을 높이고 있다. 덴마크는 돌봄·교육·지역 커뮤니티 인력을 하나의 경력체계로 묶어 돌봄을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군으로 재편하고 있다.

기술 역시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기술은 돌봄을 대체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람이 더 오래·더 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다. 인력 부족을 기술로 메울 수 있다고 보는 인식은 위험하다. 기술은 보조할 수 있지만 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한국은 지금 매우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낮은 처우, 불안정한 고용, 명확하지 않은 직무 구조, 경력경로 부재가 계속된다면 어떤 세대도 돌봄현장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에서 돌봄 생태계의 붕괴는 단순한 노동시장 문제가 아니라 사회 기반 자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돌봄직무 세분화와 역할 명확화가 필요하다. 방문요양, 생활지원, 건강 모니터링, 응급 대응 등 업무 특성을 기준으로 직무를 구분해야 한다. 이는 직무의 전문성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교육·보상 체계의 기초가 된다.

둘째, 이직이 아닌 ‘성장’이 가능한 경력 경로(Career Path)를 설계해야 한다. 요양보호사-생활코디네이터-케어매니저-지역 케어전문가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직급 구분이 아니라 현장 경험이 전문성으로 축적되고 역할과 보상이 함께 확장되는 구조여야 한다. 일정 기간의 실무 경험과 교육을 통해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로 성장하고 이후에는 다수의 돌봄 인력을 조정·관리하며 서비스 품질을 책임지는 케어매니저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 내 의료·복지·주거 자원을 연계하는 ‘지역 케어전문가’로 확장될 때 돌봄 노동은 단기 일자리가 아니라 장기 직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러한 경력 경로가 명확할수록 돌봄인력은 현장을 떠나는 대신 머물며 숙련을 쌓게 되고 이는 곧 서비스의 안정성과 질로 이어진다.

셋째, 지역 기반 교육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고령자 주거, 방문서비스, 병원, 지자체가 연결된 ‘커뮤니티 케어 워커’ 양성 시스템이 핵심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단발성 교육이 아니라 경력 경로 전반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

넷째,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보상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돌봄을 생계가 불안한 직업이 아닌 전문성이 축적되는 존중받는 직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누가 노인을 돌볼 것인가.

이 질문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의 문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초고령사회의 어떤 정책도 제도도 완성될 수 없다. 돌봄의 미래는 결국 사람을 다시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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