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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불씨'된 대통령 인사권…전문성 키우고 검증 강화해야

박종화 기자I 2025.04.08 07:13:00

[리빌딩 대한민국② 적재적소 인사]
尹정부 곳곳에 검찰 낙하산…국회 청문회는 무력화
''플럼북''으로 대통령 인사 범위·자격 명확히 해야
"인사청문회 통과 못할 인사는 과감히 포기를"

[이데일리 박종화 김유성 기자] “인사는 유능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밝힌 인사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 인사는 ‘낙하산 인사’, ‘불통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국정을 위한 기반이 돼야 할 인사가 오히려 정쟁의 불씨가 됐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에서 인사 시스템을 혁신하고 인재 풀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적재적소 인사원칙” 내던진 尹정부

윤석열정부는 전임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지만 정작 스스로도 낙하산 인사의 유혹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검찰 출신 인사의 중용이 두드러졌다. 사정 라인뿐 아니라 검찰과 무관한 부처 요직에도 검찰 출신이 임명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원모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김남우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대표적이다.

검찰 출신 외에도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채환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등 강경 보수 인사들을 주요 직책에 기용했다. 김 전 원장은 유튜브 채널에 대통령 내외를 옹호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려 공직자 중립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윤석열정부의 인재 풀이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기용 폭이 너무 좁았고, 전문가가 부족했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사 검증도 허술했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은 잇따라 낙마했다. 복지부 장관 자리는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나서야 채워졌다. 대법원장 후보자였던 이균용 전 판사는 재산 신고 누락 등 논란으로 임명 동의안이 부결됐다. 35년 만의 일이었다. 윤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고위 공직자는 2년 반 동안 31명에 달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 5년간의 34명에 근접한 수치다. 윤 정부는 차관 중심의 ‘실세 인사’를 강화해 장관 임명 논란을 우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인사청문회 무력화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회 선출직 인사는 임명이 지연됐다.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자는 국회 인준을 받고도 7개월 넘게 임명되지 못하다 자진 사퇴했다.

◇“전문성 필요한 자리는 전문가에게만 열어줘야”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에선 인사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금융감독원장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는 자격 요건을 엄격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공공기관장은 정권과 임기를 맞춰 임명해 정무 갈등 소지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대통령실 인사위원회가 있지만 정무 판단이 너무 많이 개입된다”며 “인사위는 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플럼북(Plum Book)’처럼, 대통령이 임명 가능한 직위와 자격 요건을 명시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참에 인사검증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연방수사국(FBI)이 수개월에 걸쳐 후보자의 가족과 이웃까지 철저히 조사한다. 공직 후보자 인준에는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검증이 부족하면 지명을 철회할 수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도 도덕성과 정책 능력을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 내각 진용을 미리 공개하는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를 대비한 예비 내각)’ 제도는 다음 정부 인사를 미리 검증하고 국정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이번 대선에선 섀도 캐비닛을 발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적어도 초대 내각에 대해선 정부 출범 전에 충분한 검증을 받도록 하고, 대선을 통해 국민 신임을 묻도록 해 불필요한 인사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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