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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가 촉발한 유가하락…푸틴 전쟁자금도 비상

방성훈 기자I 2025.04.13 13:22:45

현재 유가 수준 유지시 GDP 성장률 0.5%p 하락 전망
"세입 17조원 손실…비축자금 소진시 연말 고갈될듯"
FT "트럼프, 러와 관계 개선한다며 관세로 간접 위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을 고갈시키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러시아 세입의 3분의 1은 석유·가스 수출에서 나온다. 러시아는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69.70달러로 예상하고 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영국 에너지 가격평가기관인 아거스에 따르면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은 현재 배럴당 약 5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브렌트유 및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각각 배럴당 64.76달러, 61.50달러로 러시아의 예상을 한참 밑돌았다. 두 벤치마크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예상과 달리 다음달부터 증산을 결정하면서 지난 7일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인 엘비라 나비울리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90일 간 상호관세 유예 발표 전날인 지난 8일 “무역전쟁이 지속되면 일반적으로 전 세계 경제 둔화를 초래한다. 그 결과 우리의 에너지 수출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인 야니스 클루게는 “유가 하락 여파가 예산 수입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T-인베스트먼트의 소피야 도네츠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러시아는 올해 약 1조루블(약 17조 13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도네츠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예상되는 예산 수입의 2.5%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식 전망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1~2.5%로 예측됐다. 지난 2년 간의 약 4%와 비교해 대폭 둔화한 수치다. 이는 비(非)에너지 부문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세입 감소를 상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가 쓸 수 있는 카드로 차입 확대, 군사 이외 부문에서 지출 감소, 국부펀드 비축자금(비상금) 사용 등이 거론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약 3400억달러를 갖고 있지만, 서방의 제재로 동결돼 정책적인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비축자금은 국부펀드에서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 중 3분의 2가 이미 소진된 상태여서 적자 보전에 쓰일 경우 연말께 고갈될 수 있다. 현실화하면 국채 발행을 통해 해외 차입을 늘리거나, 전쟁 이후 계속 늘려왔던 지출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러시아의 국가부채는 GDP의 30% 미만으로 낮은 편이지만,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가 크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올렉 쿠즈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하면 러시아는 수출 기업들에 대한 세금을 더 걷는 방식으로 수입 감소분을 일부 보전하려 할 것”이라며 “그 이후엔 채권 발행과 지출 삭감도 고려하겠지만 이는 ‘플랜A’도 ‘플랜B’도 아닌 그 이후의 방안”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 연구소의 거시경제 연구 책임자인 벤자민 힐겐스톡은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제약에 직면할 것으로 보지만, 갑작스러운 붕괴는 예상하지 않는다”며 “전쟁 이외 지출을 고통스럽게 삭감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을 가질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일환으로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 회복을 약속하는 등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의 관세 전쟁은 간접적으로 러시아 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관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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